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삼손의 머리카락'

입력 2018-09-27 21:30 수정 2018-09-27 22: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성서 속의 인물 삼손.

그는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초인적인 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 힘은 사자를 맨손으로 죽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에 비견될 만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머리카락이었다고 하지요.

그는 블레셋, 그러니까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자를 죽이는 그 힘으로 블레셋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죽였으니까요.

블레셋, 즉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데릴라라는 첩자를 삼손의 연인으로 삼게 했고, 결국 그 막강한 괴력의 비밀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 속의 장면처럼, 삼손은 데릴라의 무릎에서 잠든 사이에 머리카락을 잘리게 되고, 그 힘도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얘기.

물론 삼손은 머리가 자라면서 그 힘을 다시 얻어 이야기의 결말을 향하게 됩니다만.

머리카락은 인간에게 무엇일까…

삼손의 괴력은 물리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을 자유와 상상력, 또 창조적 힘과 치환해서 생각한다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강제로 깎아버리는 것은 바로 통제와 부자유, 억압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독재국가의 권위주의를 관철하기 위해서 시민의 머리카락을 통제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졸지에 엉터리 이발사가 되어서 학생들의 머리에 일자로 열차 길을 내놓고는 했고, 경찰들도 가위와 바리캉으로 무장한 채 광장에서, 유원지에서, 골목길에서 시민들을 감시했습니다.

비틀즈와 레드제플린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최고조에 다다른 전성기의 영감을 쏟아낼 때 말입니다.

우여곡절과 많은 논란이 계속된 끝에 한국 사회는 21세기가 가까워서야 학생들의 머리에 자유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두발 자유화…

사실 그 명칭조차도 매우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오늘…

서울시 교육청은 이른바 두발 자유화를 말 그대로 완벽하게 실천하라고 했습니다.

얼마큼 기르든, 염색을 하든, 파마를 하든 맘대로…
 

그걸 왜 교육청까지 나서느냐는 볼멘소리 한 편으로는, 이제는 지난 세기부터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었던 '두발 자유화'…

그 전근대적인 단어마저도 떨쳐버리게 되는가…싶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도, 삼손의 괴력에 맞먹는 상상의 힘과 창조적 힘을 머리 길이와 모양과 색깔만큼 자유롭게 갖게 된다면…

다만…삼손은 그 엄청난 힘으로 인해 결국 불행한 영웅이 됐다는 것만 조심한다면…이렇게 말하면 혹시 아이들이 보기엔 꼰대일까 잠시 불안해지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