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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보도국으로 배달 된 1020만원

입력 2016-01-0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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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어제(4일) 저희 JTBC 보도국에 작은 상자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5만원 권 지폐로 가득한 상자에선 편지가 한 통 나왔습니다. '평범한 서울 시민'이라고 밝힌 그분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이번 위안부 협상 결과에는 진정 어린 사과는 없고 조건과 타협만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와 법적인 조치라는 점을 일본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분은 아내와 자녀들의 뜻을 모아 빳빳한 오만 원 권 204장. 1020만 원을 보내오셨습니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저질러놓은 문제들은 항상 우리 국민들이 수습해왔고 일본에게 사과 대신 받았다는 그 돈은 필요 없으니 차라리 국민이 성금을 모으는 게 더 낫다"

JTBC가 앞장 서 모금을 해달라는 부탁이셨지요.

규정상 저희가 임의로 모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그 사정을 간곡히 말씀드리고 오늘 다시 돌려보내드렸습니다.

이분의 성함을 밝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울에 사시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1020만 원.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요. 돈 상자는 오늘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만… 저희는 이분으로 대표되는, 이번 협상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이 복잡한 심경만큼은 꼭 전달해드리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며칠 전 청와대 홍보수석 명의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 무효와 수용불가만 주장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이런 문제에는 손을 놓게 될 것"

정부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매우 강경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단지 서운함만으론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시민들의 마음은… 그 결과 깊이가 사뭇 달랐습니다.

공동 진상조사와 보고. 국제법적 전쟁범죄의 공식인정과 사죄. 보상과 배상. 추모 사업과 역사교육. 재발방지 약속.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당사자의 의견 한 번 듣지 않은 채, 이른바 불가역적,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그 합의를 내린 정부는 아직 용서하지 않은 소녀들을 향해 '이만 하면 용서하라' 이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협상결과를 본 아들은 정부가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이 마치 약자가 구걸하는 것 같아 초라하다며 슬퍼했습니다"

돈 소포를 보내오신 그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아들은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만약 '용서'를 해야 한다면 그 '용서'는 누가 해야 하는 것인가. 어제 배달된 시민의 돈 소포는 그렇게 국가에게 묻고 있습니다.

5만원 권이 들어찬 상자라면 대개 정치권에서 왔다갔다 하는 뇌물인 줄로만 알고 있던 우리에게 그 돈 소포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며… 오늘의 앵커브리핑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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