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0일) 낮 대전지방법원 법정엔 노동자 150여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10년 간 노사 갈등 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입니다.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한 노조원. 그리고 노조를 조직적으로 파괴하려 한 회사. 그제와 오늘 각각 항소심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심보다 노동자의 형량은 무거워졌고 사측은 가벼워졌습니다. 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는데, 재판부의 판단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이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기자]
[배임, 횡령, 노조 파괴 유시영을 엄벌하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법정 앞 복도를 가득 메웠습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항소심을 찾아 온 겁니다.
아산과 영동공장에서 150여 명이 왔습니다.
인원 제한에 법정 진입부터 쉽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파업까지 하고 왔는데…]
유 회장과 임원 2명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 13억 원을 회삿돈으로 냈습니다.
횡령과 배임 혐의입니다.
1심에서 받은 1년 10개월 형은 오늘 항소심에서 6개월이 줄었습니다.
반면 이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해 징역 1년 형을 받았던 노조원은 그제 형량이 배로 늘었습니다.
법정 밖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무죄는 아니잖아요. 노조 파괴라고 얘기하잖아요. 감옥만 갔다 오면 끝입니까? 피해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사과 한마디 했어요, 우리한테?]
[도성대/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 이렇게 돈 많은 사람한테 지금도 편파적으로 판결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두 판결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먼저 사측의 형이 줄어든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회삿돈으로 낸 변호사 비용 중 유성기업을 위한 비용은 횡령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유 회장 등 임원 개인의 변호에 쓴 돈만 횡령으로 봤습니다.
또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액을 모두 공탁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다만 유 회장이 3년 전 노조파괴 혐의로 이미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폭력 행위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재판부는 노조원들이 회사 임원에 대한 폭행을 미리 준비했다며 형량을 늘렸습니다.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폭력만은 안 된다는 뜻이 담긴 겁니다.
이번 판결이 향후 비슷한 노사갈등 사건의 기준점이 될 거란 관측입니다.
(화면제공 : 미디어뻐꾹)
(영상디자인 : 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