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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몸싸움·고성으로 뒤덮인 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입력 2019-03-12 14:11 수정 2019-03-12 16:05

나경원 '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30분간 '험악'…연설 중단도
문의장 "지금 모습 상생정치 아냐", "상당히 논란되는 발언"…의례적 인사 생략
나경원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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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30분간 '험악'…연설 중단도
문의장 "지금 모습 상생정치 아냐", "상당히 논란되는 발언"…의례적 인사 생략
나경원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

여야 몸싸움·고성으로 뒤덮인 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덮였다.

나 원내대표가 거친 표현을 동원, 문재인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향한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먹튀·욜로·막장 정권"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연설은 30분가량 중단됐다가 이어가기를 반복했고, 본회의장 연설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아우성에 묻혔다.

연설이 3분여간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취소해, 사과해" 등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날 선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만 하세요"(민주당 이철희 의원), "연설을 방해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한국당 정양석 의원) 등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언쟁도 벌어졌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어디서 이따위 얘길 합니까"라고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과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라고 소리 지르듯 연설을 이어가자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서 "좀 조용히 해주십시오. 좀 들으세요. 민주당 의원님들 들어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이런 의회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설을 이어갔다.

나아가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동안 소란이 계속되자 문 의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저지했다.

문 의장은 "조금만 냉정해지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를 다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고 장내 수습에 나섰다.

문 의장은 "저는 '청와대 스피커'란 소리를 듣고도 참았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말이 또 나왔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문 의장은 자신의 발언 도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자 "박수 칠 일이 아니다"라고 주의를 주면서 "영국 의회에서처럼 의장이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오더(order·'질서를 지키세요'라는 명령)를 내리면 조용해지는 의회를 원한다. 민주주의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되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 원내대표가 상당히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 평가는 여러분 마음대로 하시라"며 "의원들은 조용히 하시고 나 원내대표는 이제 발언을 마무리 지어달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일부 말씀은 감사드리지만, 일부 말씀은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비꼬면서 연설을 재개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민주당 의석에선 "내용이나 알고 있는 겁니까"(표창원 의원),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다 알고 있다"(한정애 의원) 등 비난이 쏟아졌고,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원색적인 언사와 항의, 고성, 몸싸움으로 얼룩진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전날 열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43분)보다 13분 더 긴 56분 만에야 마무리됐다.

문 의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고 입을 뗐다가 3∼4초간 침묵한 뒤 '수고했다' 등 의례적인 인사 없이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산회를 선포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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