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잘 모르나본데…우린 다 목숨 걸고 장사해!'

입력 2019-03-04 21:33 수정 2019-03-04 23: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생의 순간순간에는 모두 치킨이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은 퇴근길 아버지 손에 들린 전기구이 통닭을 손꼽아 기다렸고 외식업계의 큰손인 그도 첫 시작은 치킨 배달이었다고 했지요.

"월드컵 승자는 치킨집"
"축구 끝나니 치킨 오더라"
"축구관람, 치킨 오프집 사전예약이 필수"

2002년의 그 날들에도 치킨은 최고의 동반자였습니다.

슬프게도 팽목항에 놓인 음식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던 치킨이었고 그 부모를 조롱하고자 했던 자들이 폭식 잔치를 벌였던 음식 또한 치킨이었으니…

치킨으로 웃고 치킨으로 때로는 눈물을 흘려야 했던 치킨의 나라, 대한민국.

잠입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또한 치킨집을 선택했습니다.

뭘 해도 잘 풀리지 않던 형사 인생이었는데 난데없이 손님은 넘쳐나 상황은 코믹하게 전개되지요.

원치 않아도 손님이 넘쳐나고 닫고 싶어도 닫을 수 없는 위장 치킨집 소동.

그렇다면 이들의 치킨집은 무엇일까…

"치킨집 닫을 때 종업원에게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냐"
"치킨집처럼… 100% 개인 자산이다"
 - 전성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위원

그들이 스스로를 치킨집 사장에 비유하는 바람에 졸지에 학부모는 치킨집 종업원이 되었고 여기에 더해 아이들은 '치킨'이 되어버린 현실의 코미디…

더구나 그들은 수시로 정체성을 바꾸었으니 2조 원의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자신을 '교육자'라 하였고 정부와 학부모 앞에서는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영업자'라 하였습니다.

스스로를 치킨집에 비유하면서 문을 닫아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사람들…

그러나 치킨집이란 열고 싶다 하여 열고 닫고 싶다 하여 함부로 닫아버리는 장사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자영업의 마지막 보루.

마음을 다해 그 닭 한 마리를 튀기고 불과 열 걸음 남짓 떨어진 옆 가게와도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겐 값싸고 손쉬운 치킨은 누군가에겐 치열한 생존의 다른 이름이니…

이제 비록 다시 문을 열겠다 하나 스스로의 터전을 치킨집이라 얼핏 들어도 비하하듯 부른 이들에게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 중 한 구절을 전해드립니다.
 

소상공인 잘 모르나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장사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