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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조성민 '유서' 읽어보니…"모자란 부모 용서 말아라"

입력 2013-01-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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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조성민 '유서' 읽어보니…"모자란 부모 용서 말아라"


손덕기(51)씨는 고(故) 조성민 전 두산 코치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측근 중 한 명이다. 손씨는 1995년 말 조성민이 요미우리와 맺은 '8년간 계약금 1억5000만엔(당시 1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직접 성사시킨 에이전트였다. 사석에서는 허물 없이 호형호제하며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조성민이 현역 은퇴를 하고 2010년 방송해설자, 2011년 두산 코치로 제2의 삶을 시작했을 때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들어주고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손씨는 당시의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6일 고인이 사망한 후 빈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켰고, 언론을 상대로 관련 내용 등을 브리핑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8일 열린 발인식에서는 위패를 직접 들기도 했다.

13일 경기도 고양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손씨는 "사건이 일어난 날 새벽에 (조)성민이와 일본의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는 꿈을 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내에서는 '조성민'이라는 이름을 갖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힘이 들었을 것"이라며 본지에 고인의 유서를 공개했다.

[단독] 故 조성민 '유서' 읽어보니…"모자란 부모 용서 말아라"


-유서는 언제 발견된 건가.

"어제(12일) 양수리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배낭 하나가 있었다. 그 속에 생활용품을 비롯해 통장과 도장, 다이어리 등이 있었고 유서는 수첩에서 발견됐다. 사건 장소와 사무실에 있던 짐을 모두 모아 정리했는데, 경찰이 사건 장소에서 이 유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사무실에 있던 짐 중 하나에서 나온 것 같다. 유서를 경찰에도 넘기기로 했다."

-고인의 필체가 맞나.

"날짜나 서명은 없었다. 하지만 18년 동안 봐온 고인의 글씨가 맞다."

-평소에 쓰던 수첩이었나.

"가로 9cm, 세로 15cm로 된 용수철 수첩이다. 유서는 3페이지 분량이었다. 유서 말고 이것저것 적혀 있었는데 평소에 사용하던 수첩은 아니었다."

-유서를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자살을 시도한 당일(1월6일)에 쓴 것 같지 않았다. 글씨가 상당히 안정돼 있었다. 그동안의 생활이나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죽음을 예고한 것 같은 유서였다."

유서

우선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못난 자식이 그동안 가슴에 못을 박아드렸는데 이렇게 또다시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드리고 떠나가게 된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이젠 정말 사람답게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도 가져갑니다.
이 못난 아들 세상을 더는 살아갈 자신도 용기도 없어 이만 삶을 놓으려고 합니다.
행복한 날들 가슴 뿌듯했던 날들도 많았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이 드네요.
사랑하는 부모님, 그리고 우리 OO이. 제가 이렇게 가게된 것에 대한 상처는 지우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 환희 준희야.
너희에게 더할 나위없는 상처를 아빠마저 주고 가는구나.
불쌍한 우리 애기들….
이 모자란 부모를 용서하지 말아라.
법적 분쟁을 위해 저의 재산은 누나 조성미에게 전부 남깁니다.

*개인 사생활을 고려해 '우리 OO이'는 익명 처리함.


고양=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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