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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집단 성폭행 자백 유서…대법 "증거능력 없다"

입력 2024-05-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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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진=JTBC 자료사진〉

법원. 〈사진=JTBC 자료사진〉


한 남성이 집단 성폭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지만 유서를 그대로 믿기 어렵기 때문에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달 12일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21년 3월 서울 양천구 아파트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유서에는 친구 3명과 함께 2006년 중학생 후배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으로 강간한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찰은 A씨의 유서를 바탕으로 특수준강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유서에 등장한 3명은 범행을 부인했으나 약 9개월의 수사 끝에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건관계인이 사망해 재판에서 직접 진술할 수 없는 경우, 그가 남긴 진술서 등 증거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 아래 쓰였다는 점이 증명돼야 쓸 수 있습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유서 내용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1심은 유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유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피고인 3명에게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유서 내용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피고인 측이 증인을 신문하는 절차)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망인이 자신의 범행을 참회할 의도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A씨를 조사한 적이 없어 유서에 적힌 내용의 의미를 따져볼 수 없었고 14년간 기억이 과장·왜곡될 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아울러 유서 내용이 불분명해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구성하기에 부족하고, 일부 내용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과 다른 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근거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가능했다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 세부적 진술이 현출됨(드러남)으로써 기억의 오류, 과장, 왜곡, 거짓 진술 등이 드러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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