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한화오션·HD현대 군함 쟁탈戰 "도둑 vs 억측"…방산 업계 주목 이유는?

입력 2024-04-30 13:28 수정 2024-04-30 13:4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이 선보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모형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이 선보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모형

'신의 방패'라는 별명이 붙은 해군 구축함이 있습니다. 이지스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 위력은 대단합니다. 항공기와 전함·잠수함까지 모두 상대할 수 있고, 1,000개의 표적물을 탐지하고 20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군수 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 체계가 핵심입니다.

이지스함은 2008년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국내에 3척이 있습니다. 몸통은 국내에서 건조됐지만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 체계 탑재돼 있습니다. 한국형차기구축함 즉, KDDX 사업은 순수 국내기술로 이지스함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입니다. 약 8조가 걸린 국책사업으로 2036년까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단 계획입니다.

최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이 선보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입니다. 한화오션은 KDDX 사업 초기부터 참여했습니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KDDX 입찰을 따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번 행사에 언론 홍보에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4월 24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 참가한 한화오션 부스 모습

4월 24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 참가한 한화오션 부스 모습

단순 이런 이유로 KDDX가 주목받은 건 아닙니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를 한 후 HD현중이 기본 설계를 맡았습니다. 시작은 한화오션이 앞섰는데 HD현중이 따라잡은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정당한 경쟁이 아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2018년 HD현중 직원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국군방첩사령부(당시 국군기무사령부)에 의해 적발된 겁니다. HD현중 직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해 한화오션이 수행한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기밀을 빼돌렸습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고 그곳에 있던 HD현중 직원이 보고서 사진을 찍는 수법입니다. 이렇게 빼돌린 기밀을 HD현중 비인가 서버에 공유했습니다.

HD현중 직원 9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규정에 따라 HD현중은 2022년 11월부터 3년간 입찰에서 보안 감점(1.8점)을 받았습니다.

2020년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선 방위사업청이 특혜를 줬단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왕정홍 당시 방사청장은 기본설계 입찰 공고 8개월 전에 보안 사고에 따른 감점 규정을 고쳐 기밀 유출로 인한 감점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왕 전 청장은 현재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또 지난 2월 열린 계약심의위원회에선 HD현중을 '행정지도'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입찰은 허용하지만 감점만 적용하는 조치입니다. 함정 사업은 1단계 '개념설계'에 이어 2단계 '기본설계'를 거친 뒤 3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마지막 4단계로 '후속함 건조'로 나눕니다. 각 단계마다 경쟁 입찰을 하지만 3단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게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맡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관행상 KDDX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중이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3월 5일 구승모 한화오션 변호사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관련 정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3월 5일 구승모 한화오션 변호사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관련 정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한화오션은 HD현중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에서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습니다. '도둑'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자체 입수한 당시 사건 기록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2018년 12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 사법 경찰이 HD현중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심문내용인데 '군 실무자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받아 열람 후 불법으로 촬영해 탐지수집 했고, 이를 국내 출장 복명서를 통해 보고했으며 상급자들이 결재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내용입니다. 임원 개입이 드러나면 최장 5년간 입찰 제한을 받게 됩니다.

HD현중은 '억측'이라는 입장입니다. 임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건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판결에서 이미 확정됐는데 일부 짜맞추기식으로 편집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에 참가한 업체들은 방사청의 이번 처분에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비인가 서버를 설치하고 수년간 운영할 경우 많게는 수천만 원 등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데 임원이나 부서장이 아닌 직원이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존재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 비인가 서버를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직원이 몰래 만들어 해군본부에서 찍어온 군사기밀을 공유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 임원은 '한화오션과 달리 중소 방산업체는 사업이 다각화되지 않아 핵심기술이 유출되면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해군본부에서 군사기밀이 여러 차례 유출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현대와 한화라는 굴지의 대기업 사이에서 방사청이 어떤 결과를 내기에도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도 쏟아졌습니다.
3월 6일 한화오션 구승모 변호사가 경남도청에서 진행한 HD현대중공업 고발 이유 기자회견

3월 6일 한화오션 구승모 변호사가 경남도청에서 진행한 HD현대중공업 고발 이유 기자회견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가 약 1조 달러(13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은 세계시장에서 LNG선 등 상선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지만 특수선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두 기업에 KDDX는 국책사업을 떠나 세계시장에 특수선을 만들 수 있다는 기술력을 입증하는 자존심 대결이 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 방산시대, 수사 결과도 함께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