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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하이브, 결국 민희진 고발…핵심은 증거싸움

입력 2024-04-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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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민희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회사 정보를 이용해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권을 발동했다. 〈사진=연합뉴스·하이브 제공〉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회사 정보를 이용해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권을 발동했다. 〈사진=연합뉴스·하이브 제공〉

하이브가 결국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고발한다.

하이브의 내홍이 법리적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25일 하이브는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시도 여부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증거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는 이번 중간 감사결과 발표에서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 대화를 일부 공개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민희진 대표를 압박했다.

◇ "어도어 빈껍데기 됨" "대박"…증거 잡은 하이브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지난 4월 4일 오간 대화. 어도어 부대표의 구상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답하고 있다. 〈사진=하이브〉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지난 4월 4일 오간 대화. 어도어 부대표의 구상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답하고 있다. 〈사진=하이브〉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알려진 건 지난 22일이다. 하이브가 어도어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하려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 갈등의 주요 원인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다. 정당한 항의를 했을 뿐인데 역공격을 당했다"고 받아쳤다.

'뉴진스 엄마'라 불리던 민희진 대표인만큼 항의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원인을 뉴진스, 그리고 타 레이블 소속인 아일릿으로 방어한 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여론은 '이 이유 때문에 독립을 꿈 꾼건지, 독립을 위한 명분이 필요했던건지'라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하이브에 따르면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가 오갔고, 대화록에는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와 같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담겼다.

단체 대화방 속 부대표의 향후 계획 이야기에 민희진 대표가 '대박'이라고 대답한 이미지도 공개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민희진 대표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 업계의 시선은? "여론은 하이브가 절대적 유리"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연합뉴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4일 감사 질의서에 대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에 대해선 외부 유출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함구를 강조했다는 후문. 하이브의 구체적인 정황 제시 이후 민희진 대표도 침묵을 깼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사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제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는 절대 아니라던 민희진 대표였지만, 하이브의 증거에 따르면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할 정황도 점쳐지는 터라, 더욱 충격을 안긴다. 향후 뉴진스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5월 컴백을 앞둔 뉴진스 역시 혼돈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터, 멤버 민지는 논란을 의식한듯 23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지만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임했다.

뉴진스에게 민희진 대표의 의미가 컸던만큼, 뉴진스의 거취를 속단할 순 없지만, 뉴진스 멤버들의 전속계약권이 하이브에 귀속돼 있기 때문에 뉴진스 멤버들의 의지만 있다면 향후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다수 관계자들 역시 "현재 나온 증거로만 봤을 땐 여론은 하이브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며 "민희진 대표 측에서도 그렇다 할 증거가 있으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희진 대표를 지지했던 뉴진스의 팬덤까지 트럭시위까지 하며 등을 돌리지 않았나.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계, 특히 아이돌 시장에서 팬덤의 비판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여론 싸움은 물론, 법리다툼도 가시화 되는 분위기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업무상 배임'을 핵심 문제로 삼았다. 한 법률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전속계약을 깨거나 어도어의 유무형의 재산을 탈취 또는 반출했으면 배임 혐의가 될 수 있다. 현재 나온 증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하이브가 쥐고 있는 증거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선에 따라 추가적인 고발도 가능한 상황. 물론 법리적인 결과는 수사당국과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겠지만, 하이브의 입장에서는 여러 선택권이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방해·허위사실유포 등 하이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한 자본시장법 관련으로도 엮을 수 있다"며 "그 중에서도 대표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내다보고 업무상 배임을 핵심으로 삼은 듯 하다"고 내다봤다.

하이브는 뉴진스는 품고, 민희진 대표에 대해선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이브는 30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어도어 이사진이 불출석 하는 상황 등으로 인해 이사회 성립이 되지 않으면 하이브는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 멀티 레이블의 한계? 위기관리능력은 증명

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을 시작으로 여러 레이블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거대해졌다. 멀티 레이블 체제로 각 레이블과 아티스트에게 자유권을 준다는 방식은 긍정적이다.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투어스·아일릿 등 K팝의 중심에 선 그룹들이 '따로 또 같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하이브지만, 이번 어도어 사태로 인해 일각에서는 '멀티 레이브의 한계가 온 듯 하다'고 바라봤다.

하이브 역시 이번 사태가 앞으로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가 될 듯하다. 때문에 하이브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거란 비장함이 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하이브의 위기관리능력만큼은 좋았다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피프티피프티 사태'로만 바라보기엔, 구체적인 정황이 실현되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빠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민희진 대표가 실질적으로 동상이몽을 꿨다고 한들, 실현된 게 없다면 법리적으로는 하이브가 원하는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조치로 뉴진스라는 아티스트를 지켜낼 가능성이 커졌고, 하이브가 결코 의미없이 몸집만 커진 기업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이브는 내홍 속에서도 '뉴진스 보호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하이브 박지원 CEO는 지난 23일 사내 메일을 통해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하이브는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아티스트(뉴진스)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하이브는 중간 감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추후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돌봄과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멤버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전했다.

박지원 CEO는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아티스트, 그리고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건이 일단락된 만큼, K팝의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연합뉴스·하이브·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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