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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로 산 양탄자가 베르미어 명화 속 그 양탄자…크리스티행

입력 2024-03-29 09:49 수정 2024-03-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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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에서 양탄자 가게를 하는 48살 야부시타 아키코 씨.

지난 2022년 여름, 한 중고 사이트에 헐값에 올라온 양탄자 2장을 보고 단번에 귀한 물건임을 알아챘습니다.

오래돼 낡긴 했지만, 여전히 색감이나 짜임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곤 바로 구입, 물건이 도착하자마자 조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최소 300년 이상 된 물건이라 직감했는데, 페르시안 양탄자의 전문가와 함께 알아보던 중 이 물건이 단순히 오래된 양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17세기 세계적인 화가, '얀 베르메르'의 그림, '물 주전자를 든 여인' 속에 등장하는 양탄자와 무늬와 색감이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림과 양탄자를 한번 비교해볼까요?

베르메르는 사실적인 묘사와 색감이 독보적이라 위작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그림을 그린 것인지 추적하는 다큐멘터리가 나오기도 했죠.

대표작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생전에 작품을 35점 정도밖에 남기지 않아 경매에 작품이 등장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이 아닌 그림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배경이라고 해도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요.

단순히 무늬와 색감만으로 "이 양탄자가 그림 속 양탄자가 맞다"라고 할 수가 없다 보니 결국 크리스티 경매회사에 의뢰하게 됩니다.

크리스티의 전문 감정에선 17세기가 아닌 18세기 물건으로 감정됐다고 합니다.

같은 디자인의 양탄자를 반복해서 생산해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건데요.

그래도 경매로 베르메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양탄자와 같은 디자인으로 소개돼 '회사원의 1년 연봉 정도' 가격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 양탄자는 페르시아가 아닌 인도 데칸산 양탄자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데칸산은 고가의 페르시아 카펫과는 달리 직조가 거칠고 저렴해서 17세기 이후 영국 동인도 회사가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300년이나 된 양탄자의 상태가 좋았던 이유는 일본에선 바닥에 까는 카펫으로 쓰는 게 아니라 걸어두는 용도로 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사실적인 세밀한 묘사로 정평이 났던 베르메르 덕에, 그림 속에 등장하는 오브제도 진품에 준하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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