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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왜?"...러시아 국민 87%가 '21세기 차르'를 지지하는 이유|인물탐구영역

입력 2024-03-23 07:01 수정 2024-03-23 20:22

87% 압도적 지지율로 '5선 성공'
러시아 국민은 왜 푸틴을 지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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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압도적 지지율로 '5선 성공'
러시아 국민은 왜 푸틴을 지지할까?

RUSSIA, MOSCOW - MARCH 18, 2024: Presidential candidate, incumbent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s at his election campaign office in Gostiny Dvor. The 2024 Russian presidential election is scheduled for 15-17 March 2024. The four candidates running for presidency include LDPR Party leader Slutsky, Kharitonov of the Russian Communist Party, incumbent president Putin and Davankov of the New People Party. Sergei Bobylev/POOL/TASS

RUSSIA, MOSCOW - MARCH 18, 2024: Presidential candidate, incumbent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s at his election campaign office in Gostiny Dvor. The 2024 Russian presidential election is scheduled for 15-17 March 2024. The four candidates running for presidency include LDPR Party leader Slutsky, Kharitonov of the Russian Communist Party, incumbent president Putin and Davankov of the New People Party. Sergei Bobylev/POOL/TASS



전쟁범죄자, 암살자, 독재자까지…. 21세기에 붙일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수식어를 다 가지고 있는 인물,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최근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임기를 6년 더 연장했습니다. 다수의 러시아 시민들은 "푸틴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말하죠.

'먹고 살기 좋아져서 지지한다', '전쟁 중에도 살림살이가 괜찮았다'는 게 푸틴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그걸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강한 신뢰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서방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보면 끝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인물탐구영역에서는 푸틴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 이런 지지를 받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이유 1. 개천용(?) 신화

 
1971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모습.

1971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모습.

러시아 사람들이 바라보는 푸틴 대통령은 한마디로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 붙는 이유는 이번 챕터의 이야기는 푸틴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확인이 어렵다는 거죠. 푸틴 대통령은 1952년 세 가구가 모여 사는 다가구 공동 아파트에서 태어났는데, 사방이 쓰레기 천지에 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푸틴은 청소년 시절 '싸움꾼'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승부욕이 강해서 어릴 적 싸움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 자신을 얕본다는 느낌이 들면 어떤 비열한 방법을 써서라도 복수를 했다고 합니다. BBC는 어릴 적 이런 생각이 푸틴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먼저 때려야 한다. 그리고 정말 많이 때려서 상대가 일어나지 못할 정도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굳히게 됐다는 겁니다.
1971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모습.

1971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모습.


스파이 영화를 좋아했던 푸틴의 꿈은 확실했습니다. KGB 요원이 되는 것이었죠. 어찌나 열망이 강했는지, 1968년 고등학생 시절에는 KGB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때 한 장교와 대화를 나눴는데, 조언대로 러시아 명문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법대에 입학하죠. 당시 KGB는 입사 지원을 따로 받지 않고 소개나 추천으로 입사하는 방식이었는데, 대학생 푸틴을 지켜보다가 졸업도 하기 전에 영입했다고 합니다.

소련 공산당에 별다른 연고도 없는 평민 소년이 KGB 요원에서, 보좌관을 거쳐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되었다는 스토리. 해외에서 보는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킨 무자비한 지도자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겁니다.

 

이유 2. 자기 관리

2016년 러일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다리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2016년 러일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다리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자주 늦어서 지각 대장 이미지가 강합니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 4시간, 아베 전 일본 총리 3시간을 기다렸던 일화는 유명하죠. '국가 원수끼리 만나는 중요한 자리에 어떻게 지각을 하지?' 이 질문에 대해서 'KGB 스타일의 심리전이다' 라는 의견과 '푸틴은 원래 게으르다'는 의견이 맞서기도 했죠. 어쨌든 '자기관리'라는 단어가 푸틴에겐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지만 푸틴 직전의 대통령이 옐친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런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 집권 당시에는 제1차 체첸 전쟁 실패 등으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고, 1998년에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는데요. 이런 와중에 러시아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옐친이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술 때문에 정상회담을 펑크 낸 것도 여러 번이고, 해외 행사에서 술에 취해서 갑자기 악단을 지휘하겠다며 주정도 부렸죠. 오죽하면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별명이 '술 취한 광대'였을까요.
 
5선에 성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 〈제작=JTBC 뉴스디자인 이정회〉

5선에 성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 〈제작=JTBC 뉴스디자인 이정회〉


반면 푸틴은 공식 석상에서 취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고요. 매일 운동을 하는 착실한 이미지로 러시아 대중에 어필 했습니다.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도 수영과 유도 등 매일 운동에 2시간 반을 할애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푸틴만 한 지도자가 없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일명 '술 취한 광대' 옐친은 임기 막판 지지율이 5%로 폭락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푸틴의 지지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니 그 효과는 알만한 일입니다.

 

이유 3. 강한 남자, 신앙 강한 남자

 
매년 1월 1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세례식에 참석해 얼음물 목욕을 한다.

매년 1월 1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세례식에 참석해 얼음물 목욕을 한다.

웃통 벗고 말을 타고, 곰과 호랑이와 사진을 찍습니다. '강한 러시아'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 바로 '강한 남자' 푸틴 대통령이라는 걸 강조하는 사진들이죠. 그런데, 한겨울 얼음물 입수 장면은 단순히 '강한 남자'임을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 정교회에선 매년 1월 19일, 예수가 요단 강에서 세례받은 날을 기리는데 푸틴 대통령은 여기에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가운 얼음물 속에서 성호를 긋는 장면은 '강한 남자'가 아니라 '신앙이 강한 남자'라는 걸 보여주려 함이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정교회의 독실한 신자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푸틴에게 정교회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통치 수단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때는 전방에 종교화를 보내 여론을 잠재우고요. 우크라이나 침공은 성전이라며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입을 통해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지금 21세기인데 이게 통할까?'라는 생각이 들 법하죠. 심지어 키릴 총대주교는 1970년대 제네바에서 KGB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미하일로프'라는 코드명까지 알려졌죠. 그런데도 종교적인 설득이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다수의 러시아 국민은 정교회에 기반을 둔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고,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모스크바를 기반으로 한 기독교 국가의 재건'에 동의하기 때문이죠.

 

이유 4. 언론 통제


여기까지 들으면, 러시아 사람들은 뭔가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딴 세상이 맞습니다. 언론이 통제됐기 때문이죠. 러시아의 언론 자유도는 원래도 높지 않았지만,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하였습니다. 러시아의 언론 자유 지수는 2021년 150위를 기록한 뒤, 2023년에는 164위를 기록했습니다. 180개국 가운데 164위면 '자유'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서방에서 지적하는 푸틴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러시아 국민에 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러시아는 전쟁 직후 비판 보도를 차단하는 법을 신설했는데요. '가짜뉴스'를 유포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정부에 반하는 보도를 하려면 목숨을 걸거나 망명을 해야 하죠. 이런 일도 있었는데요. 2022년 한 러시아 언론사의 기자들이 푸틴을 "한심한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곧바로 기사는 삭제됐고 결국 기자들은 망명해야 했습니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반정부 운동가 나발니에 대해서 러시아 정부가 "첩자"라고 낙인 찍으면 대다수의 국민은 그걸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제 러시아 안에서 푸틴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건 건강 악화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푸틴이 구축해온 '푸틴 신화'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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