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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에 1억원씩 배상하라"…법원 첫 판결

입력 2021-01-08 18:47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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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판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마 저희 회의 시간에 스가 총리 입장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류정화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용수/여성인권운동가 (화면출처 : 유튜브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 저는 이제 저 하늘나라 할머니들한테 가서 제가 할 말이 있습니다. 모든 우리 할머니들 제가 오래 살면서 이기고 왔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모든 분들 여러분들이 이렇게 도와주시고 이기게 해주신 것이라 했는데 역시 거기에 또한 우리 대한민국 법 그 판사님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고 뭐라고 떨리고 기뻐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법적 판결이 오늘(8일)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고 배춘희 할머니를 포함한 12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에 제기한 민사소송 결과입니다. 우리 법원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기한 '1인당 1억 원' 요구를 완전히 받아들였고, 소송비용도 일본 정부가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상상하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고, 피고에게 사과도 받지 못했다"면서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이상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여러 번 있었지만, 판결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과 미국 법원에서도 계속 패소했었죠.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적인 승소를 환영한다.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성심껏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써 책무를 다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 크게 두 가집니다. 첫째, '국가 주권 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국가 주권 면제는 '한 국가가 외국의 재판에서 피고가 될 수 없다'는 국제법 규정인데요. 그러니까 일본이라는 '나라'가 외국인 '한국'의 재판정에서 피고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이 그간 견지해온 논리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 법원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는 이 논리의 예외 사례라고 본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반 인권적인 불법행위를 했고, 피해자의 인권이 국가 주권보다 우선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음성대역) : 이 사건은 피고(일본 정부)에 의해 계획·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국가면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피고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겁니다. 그동안 한일 관계, 위안부 문제 논의에 빠지지 않았던 게 바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죠. 우리 법원은 이 두 가지 합의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고,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측이 늘상 말해오던 입장 "이미 너희 정부가 합의한 거 아니냐" "다 해결된 거 아니냐"는 이 '합의'와 '해결'에는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일본 정부가 제기할 반론에 대해서까지 미리 우리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겁니다.

[김강원/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그때(한일청구권협정)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받아야 됩니다. 판결 선고해서 배상을 받아야 되는 겁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파란만장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고 배춘희 할머니가 처음 이 문제를 들고 법원에 찾아간 지 약 7년 5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2013년 8월, 고 배춘희 할머니를 포함한 피해자 12명은 "일본이 우리를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면서 법원에 1인당 1억 원, 위자료 청구 '조정신청'을 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조정신청서 수령도 거부했고, 조정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고 배춘희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6년 1월 법원의 정식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전환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역시 '주권 면제', 한마디로 "우리는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관련 서류를 받지 않겠다고 했죠. 4차례의 변론 기일에도 역시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방해만으로 부족했을까요, 이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 소송을 기각하거나 각하해야 한다고 '개입'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법적 판결이 나왔습니다. 생존 피해자는 5명, 실시간으로 선고 결과를 지켜봤다고 합니다.

[김대월/나눔의집 학예실장 : 할머님들은 사실은 배상에 크게 그렇게 막, 의미를 두진 않으세요. 왜냐면 본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으셔서… 배상보다는 이제 사죄랑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해서 자국민들한테 알려서 이런 전쟁범죄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시지, 이걸 뭐 돈에 그렇게 큰… 연연하지는 않으십니다.]

일본 정부는 즉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국제법 상 '주권면제'의 원칙을 부정했다"는 겁니다. 한 일간 청구권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됐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일본 정부는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항소할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관방장관 :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이 한국 사법부의 대상이 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이번 판결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바로 잡아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2018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미 한일 관계는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죠. 당시 판결의 대상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었지만, 이번엔 '일본 정부'를 직접 대상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양상이 그때보다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 역시도, 일본 정부가 배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피고 측의 자산 압류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피고, 그러니까 일본 정부의 재산이라면 일본 공관, 즉 대사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일본 스가 총리,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가 많습니다. 연일 심화되는 코로나 확산세 속에 어제는 도쿄도 등 수도권에 긴급 사태를 선포했죠. 도쿄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200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스입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정부는 오늘 자로 새 대사를 정식 임명했습니다. 주일 대사는 정치권 대표 '일본통'으로 알려진 강창일 전 의원입니다. 강 대사는 "오늘 판결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아이보시 주 이스라엘 대사를 오늘 자로 발령 했습니다. 아이보시 대사는 앞서 4년 2개월 간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류팬'으로 전해집니다. 한일 양국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일본 정부, 위안부 피해자들에 1억원씩 지급" 판결… 일본 "판결 수용 못해, 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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