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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4명 사망

입력 2021-01-07 19:08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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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오늘은 미국 의회 역사에서 '어두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오늘(7일) 의회에서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 무단 진입해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4명이 숨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려던 상·하원 합동회의는 일시 중단됐다가 속개됐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복도를 따라 여러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고성이 오갑니다. 때마침 뒤숭숭한 분위기를 가로질러 어디선가 울리는 총소리, 사람들이 뒷걸음질 치며 우왕좌왕합니다. 이후 경찰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한 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한 여성이 쓰러진 채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경찰 여럿이 모여 출혈 부위를 막고 응급조치를 취하지만 해당 여성은 끝내 숨졌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건 현지시간 6일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내부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 내부에 난입하면서 유혈 사태까지 일어난 겁니다. 의사당 난입 과정에서 영상 속 여성을 포함해 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백악관 앞 광장에 모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초반 분위기는 험악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6일) : 오늘 여기 모인 우리는 급진 좌파 민주당 세력이 우리가 이긴 선거를 훔쳐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패배도 인정하지 않을 거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정오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연설이 끝나자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시위대가 오후 1시가 되자 갑자기 의사당을 향해 몰려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 시각, 의사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위대 수천 명이 한 번에 몰리면서 의사당은 순식간에 시위대로 둘러싸였습니다. 바리케이드는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CNN (현지시간 지난 6일) : 계단을 오르고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더니 이제는 의회로 무단 침입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찰 인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데요.]

의사당 내부에 진입한 시위대는 4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렸습니다. 시위대의 침입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모여 있던 의회 요인들도 급히 대피했는데요. 상·하원 합동회의도 일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밖에 있던 시위대도 의사당 외부 계단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를 벌였는데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해산됐습니다. 경찰은 의사당 난입과 관련해 5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을 외세도 아닌 자국 시위대가 점거한 건 사실 처음 있는 일이죠. 결국 뉴욕주는 방위군 천여 명을 긴급 투입했고, 워싱턴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뮤리얼 바우저/미국 워싱턴DC 시장 (현지시간 지난 6일 / 화면출처: 유튜브 'DC Mayor's Office') :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국회의사당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불법 행위입니다. 워싱턴 시민 여러분, 부디 집에 머무르시면서 침착함을 유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위대가 점령한 의사당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는데요. 주요 장면만 추려봤습니다.

#성조기_든_스파이더맨? 프리 클라이밍 수업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시위대 여러명이 맨손으로 의사당 벽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외벽에 난 홈을 딛고 조금씩 올라가는 건데요. 이미 올라간 사람들은 양팔을 번쩍 들고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네요. 중세시대 공성전 같기도 하고요.

#출입문_대신_유리창 한 남성이 뭔가로 유리창을 깨부수고 있습니다. 경찰의 시위진압용 방패로 보이는데요. 다른 남성도 막대를 들고 와 돕습니다. 유리창이 모두 떨어져 나가자 그 틈을 통해 한 사람씩 차례로 의사당 안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엉뚱한 순간, 불필요한 질서 정연이라고 해야 하나요? #마스크라도_썼더라면 시위대들이 줄지어 의사당 중앙홀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누구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누구는 성조기를 흔듭니다. 큰소리로 'USA'를 외치며 당당하게 입장하는 사람들도 있군요. 시위대가 물 밀듯이 들어오자 경찰이 뒷걸음질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잠시 후 의사당 내부는 최루 가스로 뒤덮이고 맙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한 건데요. 그나마 마스크라도 제대로 썼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낙동강_저지선? 우산으로 밀어치고 헬멧으로 내리치는 두 남자,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인데요. 경호 인력은 내부에서 집기류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문 앞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총까지 들고 있습니다. 회의장만큼은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결연함이 감돕니다.

#아임더킹 이런 노력에도 결국 시위대 한 명이 상원 회의장 안까지 진입했습니다. 상원의장석에 '떡'하니 앉아 오른손을 치켜들고 뭐라고 소리치고 있는데요. CNN 앵커의 현장 중계 한 번 들어보시죠.

[CNN (현지시간 지난 6일) : 이 장면을 보는 누군가는 재밌다, 그저 장난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거 봐, 저길 어떻게 들어갔지?'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하나도 재밌지 않습니다. 이건 폭동이고 위태로운 시위자들의 모습입니다. 불법 행위죠.]

트럼프는 이 시위자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죠. 결국 트위터에 또 한 마디 남깁니다. "여러분은 특별하고,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이죠. 트위터도 더는 두고 보기 힘들었나 봅니다. 이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동안 정지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가세했습니다. 대선 결과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삭제한 겁니다. 상황이 점차 악화하는 기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자를 향해 슬그머니 영상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6일) :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압니다. 우리에게서 선거를 훔쳐 갔죠. 하지만 집에 가야 합니다. 평화와 법질서는 지켜야 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사태를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고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등불과 희망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런 어두운 순간에 다다른 것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을 느낀다"며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당선인 (현지시간 지난 6일) : 무질서와 혼란입니다. 거의 폭동입니다. 당장 멈춰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당장 TV 앞에 나가 헌법을 지키겠다는 선서를 지키고 시위대에 (의회) 포위를 멈추라고 요구하십시오.]

19세기 초 미국을 방문했다 민주주의에 감명 받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씁니다. 여기서 '마음의 습관'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요.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하면서도 다만 '마음의 습관'이 세대를 거쳐 전승돼야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마음에 심은 건 무엇이었을까요. 토크빌이 지금의 미국을 봤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오늘 야당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트럼프 지지자 미 의사당 진입 4시간 난동…짓밟힌 미국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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