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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전관은 현관의 미래"…'검찰 한 식구' 그들의 카르텔

입력 2020-12-11 20:30 수정 2020-12-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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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검찰 개혁' 관련 소식,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11일) 저희가 주목한 건 '전관 특혜'입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구속됐습니다. 2억 원을 받고 우리은행이 문제가 있던 라임 펀드를 다시 팔 수 있도록 로비했단 의혹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낸 게 최근입니다. 의혹을 처음 파악한 건 7개월 전입니다. '전관 봐주기' 논란이 일었습니다.

신아람 기자의 보도를 보시고, 바로 '이슈체크' 이어가겠습니다.

■ '로비 의혹' 윤갑근 전 고검장 구속…7개월간 뭘 했나

[기자]

김봉현 씨의 폭로 이후 윤갑근 전 고검장의 로비 의혹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윤 전 고검장은 부인해왔습니다.

[윤갑근/전 대구고검장 (어제) : 정상적인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해 자문료를 받은 거고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법률 사무를 처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수사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도 구속영장을 내줬습니다.

현 수사팀과 달리, 이 사건은 초기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지난 5월, 윤 전 고검장의 의혹에 대한 진술을 들었습니다.

김봉현 씨도 지난 6월, 검찰에서 이를 진술했습니다.

복수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강제 수사가 본격화한 건 최근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사를 덮은 게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이미 수사 중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순철/전 서울남부지검장 (지난 10월 19일) : 대검에 야당 정치인 관련 부분에 대해서 (8월 말) 보고를 했고 그것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5월에 직보됐다고도 했습니다.

[박순철/전 서울남부지검장 (지난 10월 19일) : 확인해 보니까 지난 5월에 (당시) 검사장이 총장님과 면담하면서 보고를 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더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아 여러 증거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원은 윤 전 고검장 구속이 필요한 핵심 사유로 "증거 인멸"을 들었습니다.

[앵커]

이슈체커 오대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 기자, 전직 고검장이 아니었어도, 이렇게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을까요?

[기자]

"전관은 현관의 미래"라는 말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우리 한 식구다, 나도 언제까지 검찰에 있겠냐, 이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앵커]

이번 수사도, 선배 검사여서 뭔가 봐준 걸로 볼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단정할 순 없습니다만, 그런데 전혀 작용 안 했다고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조인들이 많이 쓰는 또 다른 표현 있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전관이 현관으로 부활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 우병우 전 수석도 있습니다.

'전관 특혜' 카르텔이 유지되는 '심리적 동력'이 두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앵커]

과거에도 전직 검사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더뎠던 경우들이 있죠?

[기자]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 등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관 변호사' 문제는 최근 김봉현 씨의 폭로 사건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조보경 기자의 보도 보겠습니다.

■ 김봉현 자필문서엔 "전관의 힘 믿고…지극하게 모셨다"

[기자]

김봉현 씨는 '자필 문서'에서 'A변호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하는 걸 다 해줬다고 주장합니다.

"지극하게 모셨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검사가 조사를 하다가도 전관이 오면 가서 문까지 열어드릴 정도로 깎듯하다"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고 전관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동시에 그 전관의 힘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A변호사에게 자신의 운전기사를 두 달 정도 제공했습니다.

스타모빌리티의 골프장 법인회원권도 A변호사가 함께 쓰도록 해줬습니다.

법인회원권에 A변호사를 '지명회원'으로 등록시켜줬습니다.

A변호사는 김씨가 도피 중일 때도 이 회원권으로 예약을 했다 취소한 걸로 나옵니다.

당사자는 부인합니다.

호텔 회원권도 선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 측은 "단순히 고문 변호사여서가 아니라, 전관이었기 때문에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전관 변호사가 기업의 고문을 맡는 일이 드문 건 아닙니다.

기업들은 대부분 '전관'으로서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이들에게 고액의 자문료 등을 제공합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시민의 눈높이엔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A변호사는 "골프는 대부분 김봉현 씨와 함께한 것이었고,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만큼 부정하게 받은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앵커]

검사 술접대 사건은 전관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 같습니다.

[기자]

이 사건에 대해 몇몇 검사들에게 의견을 구한 적 있습니다.

검사들이 아니라, A변호사를 원망했습니다.

[앵커]

A변호사의 잘못이라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전현직 카르텔엔 몇 가지 요건이 있다고들 합니다.

소수여야 하고, 윈윈해야 하며, 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술접대 문제, 전관의 문제가 아니라 비밀이 깨진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앵커]

전관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이잖아요.

[기자]

끈끈함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전관이 잘 버는 구조가 되려면, 수사기소권이 독점적으로 남아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가 정확히 봐야 할 점은 이겁니다.

'전관의 힘'은 현직이었기 때문에 나옵니다.

'현직의 힘'은 개인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시민'이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관특혜'를 시민이 비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앵커]

물론 맡은 바를 성실히 하는 검사들이 훨씬 많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기자]

오히려 전관을 안 봐주는 검사들도 있습니다.

전체를 매도한 것 아니고, 일부의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지금부턴 한 시민의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전관'에게 돈도 잃고, 법적 도움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억울해하는 시민의 목소리입니다.

이상엽 기자 보도입니다.

■ "사건 빼주겠다" 전직 검사 말에 억대 현금 줬는데…

[기자]

화물차 사업을 하던 A씨는 2016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중개업자에게 산 영업용 번호판이 허가되지 않은 번호판이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불법인 줄 모르고 산 피해자였지만, 자신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사람들 소개로 얼마 전 검사를 그만둔 B변호사를 만났습니다.

[A씨 : '이쪽으로 잘 아는 사람이 OOO이가 변론 잘하지'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B변호사는 A씨에게 담당 부장검사를 언급했습니다.

[B : 어느 누구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약발이 안 먹힐 수 있고. 부장님이 진두지휘하시거든요. 가서 얘기드리겠지만 소문나 버리면 그분들이 곤란해질 수 있어요.]

검사 시절 수사를 빼줬던 일화도 말했다고 했습니다.

[B : 제가 엄중 경고하고 피해자로 그냥 만들어 줬었거든요.]

B변호사는 A씨에게 사건번호를 빼주겠다며 억대의 현금을 요구했습니다.

[B : 일단 약정은 자문계약 형태로. 사건번호가 안 들어가게 해야 해서… 토털 2억 얘기했잖아요. 1억5천에 하시고요. 1억3천은 현금으로.]

A씨는 대출까지 받아 돈을 건넸지만 그 뒤 자문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A : (B변호사가) '제가 수사했던 건 변론 못 하니까 자문료로 해야 한다'고. "그 멀쩡한 회사 다 부도나고. 안 먹고 안 쓰고 아꼈는데…]

A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B변호사는 2년이 지나 1억 원을 돌려줬습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의 첩보를 입수하고 2년간 수사했습니다.

B변호사가 사건을 정식 수임하지 않고 로비 명목으로 큰돈을 챙겨 '변호사법'을 어겼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연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B변호사를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임 계약의 외형을 갖췄다"며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변론의 대가라고 볼 수 있느냐의 사안"이어서 "혐의를 입증하려면 상당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B변호사는 "자문형태의 약정서를 작성한 정식 수임계약"이라고 JTBC에 알려왔습니다.

또 "A씨에게 받은 돈은 당시 법인에 들어갔고 변호사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서툰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취재기자 : 이상엽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김윤나 / 영상그래픽 : 김정은·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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