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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개헌 국민투표…군부독재 시절 헌법 폐기|아침& 세계

입력 2020-10-27 08:47 수정 2020-10-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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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시간입니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자유 무역 협정을 맺었던 나라죠. 전통적인 우호국 칠레에서 지난 25일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가 실시됐습니다. 투표 참가자 가운데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다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칠레는 40년 만에 개헌에 나서게 됐습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광장 칠레 국민들이 헌법책 모양으로 만든 모형 구조물에 불을 붙이고 환호합니다. 개헌 국민투표 개표 결과 현행 헌법인 피노체트 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이를 자축하면서 축제를 개최한 것입니다. 칠레의 개헌 국민투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요금이 우리 돈으로 50원 가량 인상된 것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습니다. 살인적인 물가와 씨름해온 칠레 국민들의 분노가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로 옮겨 붙으면서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시위대는 최근까지도 시위를 이어갔고, 사회 불평등을 야기하는 근간이 헌법이라며 개헌을 요구해 국민 투표를 이끌어 냈습니다. 개헌을 지지한 칠레 국민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개헌 지지한 칠레 국민 : 투표 결과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항의해) 개찰구를 뛰어넘었던 용감한 청년들 덕분입니다. 우리를 위해 싸운 용감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거리로 나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길 원했고, 그들 덕분에 오늘 우리가 승리한 것입니다.]

이번 국민 투표를 통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이던 1980년대에 제정된 피노체트 헌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피노체트 헌법 덕분에 칠레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새 헌법을 제정하면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며 여전히 개헌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개헌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칠레 현지 정치 평론가의 말 들어보시죠.

[레네 자라/칠레 정치평론가 : 일부 정치학자들은 이번 투표를 칠레 정치 내에서 새로운 분열의 탄생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투표로 개헌 전과 후가 나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헌 문제는 아마도 20년에서 30년 정도는 더 칠레 정치를 지배할 것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은 칠레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은 칠레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됐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칠레 시위 소식을 분석해 주실 때 개헌 국민투표가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다, 이런 예측을 해 주셨는데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세요?

    작년 10월 시위 때 나왔던 구호가 칠레는 깨어났다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개표 결과를 보고 시민들은 그러니까 칠레가 다시 태어났다라면서 환호를 하였는데요. 그러니까 칠레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뿌리 뽑고자 시민들이 깨어났고 그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이 피노체트 헌법 대신에 그러니까 새 헌법을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해서 제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투표율도 민주화 이후에 가장 높았고요. 그래서 이번에 이 새 헌법 개정은 피노체트 시대를 끝내고 또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통해서 새로운 칠레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개헌에 대한 찬반과 함께 새로운 헌법 초안을 누가 작성할지에 대한 투표도 이번에 함께 진행됐잖아요. 기존 의원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시민 대표들로만 제헌 의회를 구성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이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시민 대표만으로 구성한 제헌의회가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은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피노체트 신헌법을 만든 우파는 불평등을 심화시켰고요. 민주화 세력의 중도좌파도 칠레를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새 헌법 제정을 의회에 맡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헌의회 선거 과정을 보면요. 기존 의회선거처럼 정당의 후보 명부에 오르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 대표 100%라고는 하지만 그러니까 기존 의회와 차별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헌의원 155명을 남녀 동수로 하고 또 원주민 의석 할당을 해야 하고요. 또 지역별로 풀뿌리협의체를 조직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헌의원은 풀뿌리협의체와 토의, 심의과정을 거쳐서 헌법 초안을 작성하게 되고요. 각 조항마다 투표에 부쳐서 제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실제 초안이 됩니다. 그래서 민주적인 절차와 또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 하지만 제헌의회를 새롭게 꾸리고 신헌법 초안을 작성하게 되면 또다시 이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국민투표로 해야 하고요. 사회적 합의가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인데 앞으로 혼란과 진통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국민투표는 그러니까 새 헌법 개정을 위한 시작단계입니다. 그래서 현행 헌법은 기본권 보장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이 부분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인 역할을 담아내려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제헌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서 그러니까 새 헌법이 얼마만큼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고요. 왜냐하면 그 변화를 막으려면 여당 소속의 의원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헌법 제정까지 2년이나 소요가 되고 또 새 헌법을 적용을 하더라도 현재 불평등을 모두 해소하거나 또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러니까 사회적 합의를 위한 민주적 절차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가을 대선 총선 시기와 맞물려서 합의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새 헌법 제정을 위한 오랜 과정이 칠레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험난해 보이지만 칠레 국민들은 나라의 미래를 다른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이 새롭게 쓸 수 있다는 것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칠레 국민들이 만들어 가게 될 새로운 칠레는 어떤 모습일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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