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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판장? 바로 계약해지"에 F평가 압박…쿠쿠 '갑질' 의혹

입력 2020-10-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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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의 갑질과 을의 목소리를 보도합니다. 유명 가전회사인 쿠쿠의 점주들이 본사에 목소리를 내겠다며 협의회를 만들자 본사는 이렇게 압박했습니다.

[쿠쿠 본사 A팀장 : 단체적으로 연판장을 돌리잖아? 그 새X는 바로 계약 해지했어요.]

한 점주가 "매출이 안 나와서 힘들다"고 하자, "나쁜 쪽으로 머리를 쓰라"며 수리비를 부풀리라는 듯한 말도 했습니다.

먼저 여성국 기자입니다.

[기자]

[쿠쿠 본사 A팀장 : 아, 이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내 성격도 모르고 소장님들 나 못 이겨요]

지난 4월, 쿠쿠 제품을 팔고 수리하는 서비스센터 점주 50여 명이 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수리기사가 다른 회사 제품까지 청소해주는 '홈케어' 서비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섭니다.

[이윤호/쿠쿠 점주 : 홈케어를 하게 되면 한 사람을 채용을 하게 되는데 그 월급을 저희들이 별도로 다 줘야 될 사항이 되기 때문에 도저히 안 된다고 보는 거죠]

협의회장을 맡은 이윤호 씨가 본사 팀장을 만나 의견을 전하자 이런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쿠쿠 본사 A팀장 : 이렇게 단체적으로 연판장을 돌리잖아? 그 새X는 바로 계약해지 했어요. 자르려고 하니까…회사와서 무릎 꿇었어요. 한번만 봐달라고. …왜 그런 무리수를 둬요?]

매출이 안나와 어렵다고 호소하자, 수리비를 부풀려 받으라는 듯한 말도 했습니다.

[쿠쿠 본사 A팀장 : 소장(점장)님이 너무 양심적으로 해서 그래요. 머리를 좀 쓰세요. 나쁜 쪽으로 남들 5000원 수리비 받을 때 소장님은 절반 받고. 남들 부품 3개 갈 거를 소장님은 하나 본다는…]

일부 점주들은 협의회를 탈퇴하란 압박도 받았다고도 주장합니다.

[A씨/쿠쿠 점주 : '계속 본사에 일할 수 있냐'고…큰 위압감으로 느껴졌습니다.]

본사와 철저한 '갑을' 관계인 점주들 입장에선 계약을 해지하겠단 '위협'으로 받아들였단 겁니다.

[이윤호/쿠쿠 점주 : 진짜 가슴이 벌렁벌렁했죠.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고]

[김응욱/쿠쿠 점주 :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까 본사 눈치를 안볼 수가 없거든요]

본사 팀장은 "20년간 쌓아온 친분 관계에서 나온 말이고, 발언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면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은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쿠쿠 측은 "팀장 개인 의견이지만 사과한다"면서 "일부 점주가 반대한 '홈케어'는 결국 직영점과 희망매장만 하고 있고, 협의회 활동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쿠쿠의 본사는 "협의회 문제로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점주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가장 낮은 평가인 F를 받아서 재계약이 안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겁니다. 점주들은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계약이 1년 단위인 것도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어서 채윤경 기자입니다.

[기자]

쿠쿠 본사는 매달 점주들을 평가합니다.

F를 세 번 연속 받으면 재계약이 불가능합니다.

점주 협의회장 이윤호 씨는 올 2월에 A, 3월엔 B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협의회장이 된 뒤로는 다섯 달 동안 F를 세 번 받았습니다.

[이윤호/쿠쿠 점주 : 4월달에 홈케어 시작할 때 그때 한 번 받았고요. 7월달 8월달 둘 다 F를…]

세 달 연속은 아니어서 계약이 해지되지는 않았지만, 압박으로 다가왔단 겁니다.

신속도, 만족도, 관리도라는 평가 기준이 모호해 본사 주관이 반영될 수 있단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쿠쿠는 "고객 설문과 데이터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주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까지 3연속 F로 계약을 못한 점주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점주협의회는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1년 단위 계약 약관도 부당하다"며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장기웅/쿠쿠 점주 : 보통 몇천만원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고 일을 하는데 계약기간이 1년이란 건 솔직히 너무 좀 짧다고…마음이 불안불안합니다.]

공정위는 일단 쿠쿠 본사와 점주들 사이에서 조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쿠쿠 측은 "조정 신청을 한 건 일부 점주에 불과하며, 1년 계약은 관행"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공정위에 접수된 약관 분쟁조정 중 약 27%(176건중 48건)가 쿠쿠의 사례처럼 '부당한 계약해지'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올해도 60건(총342건, 17.5%)이 접수돼 있습니다.

[황보윤 변호사/전 공정위 법무담당관 : 업계 관행이 정당화 사유가 될 수 없어요. 1년 단위 자체가 대리점들 옥죄는 겁니다.]

(VJ : 김정용·박상현 / 영상디자인 : 조승우 / 영상그래픽 : 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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