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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2차 자필문서' 14장…"검찰 관계자가 도피 도와"

입력 2020-10-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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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라임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 모빌리티 회장이 '두 번째 자필 문서'를 JTBC에 보내왔습니다. 직접 손으로 쓴 14장짜리 문서입니다. 지난주에 공개된 첫 번째 문서와 비슷한 형식인데 새로운 주장들이 많이 담겼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사를 피해 도망을 다니던 지난해 검찰 관계자들이 '도피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는 내용입니다. "도주를 권유했다"거나 "수사팀의 추적 방법과 휴대전화 사용 방법 등에서 조력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라임 펀드를 기획한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체 '리드' 경영진이 800억 원대의 횡령을 하는 데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이 사라지자 라임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도주 다섯 달 만인 지난 4월, 이 전 부사장은 서울의 한 빌라에서 붙잡혔습니다.

잠적했던 김봉현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수십 대의 대포폰을 사용하고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며 이동하는 방법 등으로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이 JTBC에 보낸 두 번째 자필 문서에는 이런 도피 과정을 검찰 인사들이 도왔다는 주장이 적혀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관계자들"이라고 표현했고 이들이 도피를 권유한 것을 넘어 도왔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검찰이 어떻게 피의자들을 추적하는지, 휴대전화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줬다는 취지입니다.

당시 검찰 관계자들이 "일단 도망가고, 두 번 부인하고, 세 번 부인하라"는 이른바 "일도이부삼빽"이라는 용어도 썼다고도 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또 이 관계자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도 들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상황이 자신 앞에서 생중계됐다", "생생하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이런 내용들을 법무부의 감찰 조사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수사에서 어떻게 확인될지 주목됩니다.

■ "여당 정치인 관련 없다고 했는데 6개월간 수사"

[앵커]

김봉현 전 회장은 '검찰의 특수 수사 방식'도 언급했습니다. "6개월 간 거의 매일 불려 다녔다"며 "검찰에 충성했고 자신이 거의 수사팀의 일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김봉현 전 회장은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를 받을 때의 실제 저의 사례"라며, 자신의 수첩에 적힌 여당 의원과 관련된 내용을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 만난 장소를 적어둔 표기란의 의원 이니셜과 다른 표기란에 적어둔 부분이 차이가 나자, "검사가 5년이 지난 사건인데도 두 표기란이 차이가 있으면 수사 진행이 안 된다면서 두 부분의 차이점을 맞추도록 유도했다"고 했습니다.

"오래전 휴대전화 위치와 카드 사용내역, 차량 출입 기록들로 날짜를 알려주고는 '이날이 맞죠' 하며 퍼즐 조각을 짜 맞추듯 거의 모든 수사가 이뤄졌다"고 썼습니다.

수사가 여당 정치인에 집중됐다는 주장도 재차 했습니다.

"여당 정치인들은 라임 펀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얘기했고 5년 넘은 사건인데도 6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온 가족이 동원돼 수첩 하나를 찾으려 수차례 검찰청을 오갔다고도 했습니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자신을 면담한 검사가 환하게 웃으며 증언을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 관련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면담 과정에서 로비 정황을 자신이 직접 듣고 움직임을 봤다고 밝혔는데도 자신에게 어떤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재판 증인으로 나가는 데도 수사팀이 개입했다는 취지로도 언급했습니다.

'라임펀드 본부장 관련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가는 걸 막지 않더니, 자신의 친구인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의 재판에는 나가지 못하게 종용했다'는 겁니다.

또 '자신이 선임한 전관 변호사들이 얼굴을 잠깐 비추고 수사 방향을 정했다'며 "검사가 조사를 하다가도 전관들이 오면 가서 문까지 열어드릴 정도로 깍듯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반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JTBC에 "원칙대로 수사했고 짜 맞추기 수사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1000만원 술접대 검사 3명…옛 대우조선 수사팀"

[앵커]

김 전 회장의 이번 문건에는 '대우조선 해양 수사팀'이라는 단어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주 김 전 회장은 검사 3명에게 '1천만 원 어치의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들 검사가 이 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라는 보다 구체적인 주장을 새롭게 내놓은 것입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기자]

두 번째 자필 문서엔 검사 3명에게 1천만 원어치의 술접대를 했다는 주장이 더 자세하게 담겼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이들이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한 건 2016년 출범한 검찰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입니다. 

총 11명의 검사들로 구성됐는데, 당시 검찰 최정예 멤버들이 모였다며 '미니 중수부'로도 불렸습니다.

김 전 회장이 첫 번째 문건에서 언급한 검찰 출신 A변호사는 2016년 당시 이 수사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두 번째 자필 문서에서 "2019년 7월경 A변호사와 함께 이 수사팀 관계자들인 검사 3명에게 술을 접대한 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사진으로 두 명을 특정했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한 명은 사진상으로 100% 확실하지가 않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이때 만난 검사 3명 중 1명이 라임 수사팀 책임자로 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문서에서 A변호사와의 인연도 자세히 적었습니다.

검사 재직 시절 알게 됐고, 2019년 3월경 수원여객 사건 변호인을 찾다 선임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후 거의 매일같이 어울렸고, 호텔 회원권과 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면서 지극하게 모셨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A변호사는 반박해왔습니다.

"김 전 회장과 술자리를 한 건 맞지만 검사가 아닌 검찰 출신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또 김 전 회장과의 면회에서 "검사들이 궁금해하는 정관계 로비 관련은 사실대로 다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라임 사건과 관련해 남부지검을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JTBC는 김 전 회장이 지목한 검사 중 일부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김윤나·배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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