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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 소방관은 왜 국회에 갔을까…"병든 소방관, 국가가 도와주세요"|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10-17 19:46 수정 2020-10-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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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희귀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불을 끄러 다니는 김영국 소방관 이야기, 넉 달 전 오픈마이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영국/소방관 (지난 6월 6일) : 이렇게 된 마당에 또 무서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딱 1천명만 더 구하고 그만두자…]

자랑스러운 소방관으로 떠나고 싶다며 '불 끄다 암에 걸렸다'는 것을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싶다고 호소했었는데요. 다행히 보도 이후, 정부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했습니다. 그 뒤로 김 소방관은 '제2의 김영국'을 막고자 국회 국정감사에도 나갔는데요.

김 소방관의 호소, 오픈마이크에서 다시 한번 담아왔습니다.

[기자]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 보자고 암흑 속을 헤치고 다니는데…질병에 걸려서 돌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버려진 거나 다름없는 거잖아요. 국회에서 다 못 하고 온 이야기가 있어요.]

'혈관육종'이라는 희귀암을 앓으며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김영국 소방관.

여전히 소방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방화복을 벗고, 국회 국감장에 섰습니다.

정부로부터 공무상 요양 승인을 받은 뒤, 또 다른 소명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김영국/소방관 : 조용히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이대로 있으면 저희 동료들도 저같이 그렇게 계속 힘든 과정을 겪을 거고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서…]

동료들이 어떤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일까.

김 소방관의 차를 열어보겠습니다.

상자에 최근 몇 년간 출동한 내역이 담겨 있습니다.

불 끄다 암에 걸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만들었던 자료 중 일부입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와중, 손수 만들었습니다.

[김영국/소방관 : 출동 데이터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 친구(동료)들이 어렵게 찾아줘가지고 체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보존 기간이 3년밖에 안 됐었어요. 그러니까 그전의 기록들은 다 폐기가 된 거죠.]

김영국 소방관이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나라의 소방관이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겁니다.

이 나라들은 일정 기간 근무한 소방관이 암과 같은 병에 걸리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 끄다 병에 걸렸다고 봅니다.

만약 업무와 무관하게 병에 걸린 것 같다면, 그것을 입증할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소방관 개인이 불을 끄다 병에 걸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기본적인 기록, 자료조차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소방관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김영국/소방관 :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게 지원사업이라도 지원을 받았으니까. 공상 입증 지원사업이라고 2018년도부터…]

소방청의 이 사업 덕택에 역학 조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국가 예산'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낸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영국/소방관 : 지금은 올해는 진짜 기업 지원이 많이 안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어서 여기서 더 이상 지원을 못 받으면 공상 입증이 필요한 직원들이 전체가 다 수혜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결국 김영국 소방관이 기부에 나섰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방송을 본 사람들이 김 소방관에게 보내온 기부금을 모아 '다른 아픈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며 건넨 겁니다.

이렇게 병에 걸린 소방관을 돕는데 돈이 많이 필요했던 걸까.

한 기업이 낸 1억 원으로, 김 소방관을 포함한 30명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영국/소방관 : 보니까 이게 크게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도 아니에요. 그게 금액을 떠나서 "아, 이게 과연 민간 자본금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사업인가."]

의사가 남았다고 했던 1년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넉 달.

쓰러지기 전까지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하고, 또 병든 소방관을 구하는 목소리를 내보려 합니다.

[김영국/소방관 : 뉴스룸 촬영팀이 아니었으면 저도, 또 제 이야기도 그냥 묻혔을 거고 그렇게 되지 않아서 전 그나마 다행인 거죠. 저 혼자 공상 받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소리를 내고 싶어요. 여기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이제 한 네 달 남았나요? 보시다시피 구조대원 중에서 가장 건강한 것 같은데. 나 때문에 누군가가 생명이 연장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구나…거기서 오는 기쁨이 저희 소방관들한테만 주어진 축복인 것 같아요.]

(영상디자인 : 최수진·신하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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