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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입력 2020-10-17 09:49 수정 2020-10-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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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베클루리주)

-렘데시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물들입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WHO가 이 약물들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임상 연구 보고서를 냈습니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환자의 치명률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치명률: 어떤 병에 걸린 환자 중 죽는 환자의 비율

 
[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WHO 연구 보고서에 첨부된 그래프.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와 위약을 투약한 환자의 치명률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맞은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가 없을까요?

미국 FDA는 지난 5월 1일,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합니다. 그리고 155일만인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습니다. 의료진은 대통령에게 바로 렘데시비르를 처방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지 사흘만에 퇴원합니다.

그런데 퇴원 열흘 만에 WHO는 '렘데시비르 등 4가지 코로나19 치료약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냈습니다. 전세계 코로나19 환자 1만1266명을 임상 시험했더니 치명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인공 호흡기 사용과 입원 기간을 줄이지도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미국 국립보건국 연구보고서

그동안 미국과 우리 보건당국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치명률을 낮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국(NIH)은 지난 8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경증 환자의 치명률을 70% 줄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중 눈가림(double-blind)와 무작위 추출(randomized), 위약 통제(placebo-controlled)로 설계한 정교한 실험 결과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환자 611명에게 렘데시비르를 공급했습니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은 지난 9일 "(렘데시비르의) 치명률 감소 효과가 더 분명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위중한 환자가 아니라 낮은 단계의 산소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에게만 효과가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길리어드사이언스 입장문

이처럼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증명하는 기존 연구와 상반된 연구결과가 나오자 렘데시비르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입장문을 내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WHO 연구는 전문가의 엄격한 검토를 받지 않았고, 기존 임상시험의 강력한 증거와도 맞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WHO 연구 보고서 1면 각주에는 작은 단서가 달려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아직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았으며 임상 실무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취재설명서] 렘데시비르, 정말 효과 없을까? WHO 연구 보고서에서 지나칠 뻔한 '작은 글씨' WHO 연구 보고서 각주. "이 연구는 아직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았으며 임상 실무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연구 논문이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뒤 출판합니다. 그런데 WHO가 낸 보고서는 검토를 받기도 전에 공개됐습니다. 다시 말해, 이 보고서는 아직 정식으로 출판된 연구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마치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겁니다.

애초에 WHO는 렘데시비르 외에 3개 약물을 함께 실험했습니다. 원래 코로나19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약들입니다. 당장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치료제가 필요하지만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예상되는 기존 약물을 골라 실험한 겁니다. 이런 과정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언제 신약이 나올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내 임상에서도 중증 환자의 증상 악화를 낮추는 데 효과를 보였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이고 비교적 경증이나 중등증 정도의 환자에게 사용하면 증상이 빨리 회복되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의견들을 검토해 오늘(17일) 오후 WHO 연구결과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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