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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베를린시 당국…"소녀상 철거 일단 보류"

입력 2020-10-14 18:15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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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박으로 오늘(14일)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었죠. 독일의 수도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당분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베를린시 당국이 '조화로운 해결책을 마련하자'며 대화로 풀자는 뜻을 밝힌 건데요. 소녀상 건립을 이끈 현지 시민단체죠.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에 담긴 보편적 가치를 호소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베를린 소녀상' 지켜낸 시민들…'보편주의' 승리 >

높이 10cm짜리 작은 소녀상. 지난 2017년, 독일 라벤스브뤼크의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 전시가 됐습니다. 이 수용소는 나치 시절, 체제에 반항했던 여성들을 가둬두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일부 수감자들은 성노예로 보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한 기념관 입장에선 소녀상의 의미가 남달랐을 듯싶은데,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하라, 압박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소녀상이 웅변하는 부끄러운 과거가 부담이 됐나 봅니다.

비슷한 예는 또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필리핀 산 페드로시에 소녀상을 세웠지만, 이틀 만에 철거됐습니다. 필리핀 주재 일본 대사관이 항의하자 결국 치워버린 겁니다. 하긴, 필리핀 정부는 자국에서 제작한 위안부 동상도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철거했었죠. 두 눈이 가려진 필리핀 위안부 동상, 일본 정부의 뻔뻔한 행태를 보지 못한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도 같은 운명에 처해질 뻔했습니다. 베를린시 미테구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겁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일본의 외무상과 관방장관이 직접 나서 문제를 제기한 직후였습니다. 미테구는 소녀상과 함께 설치된 비문을 문제 삼았는데요. 비문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공격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녀상을 일본의 주장대로 '반일 민족주의' 시각에서 해석한 듯싶습니다.

이번 소녀상 건립을 주도했죠.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했습니다. 소녀상에 담긴 '보편적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현지 40여 개 시민단체가 뜻을 함께했습니다. 독일 녹색당과 사회민주당도 대오에 동참했습니다. 전 독일 총리죠. 슈뢰더 전 총리도 한국인 부인과 함께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소연/독일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슈뢰더 전 총리 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제 주변에 독일 시민들이 저에게 계속해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고 또 청원에 참여했다는 그런 인증샷도 보내 주고 있는데요. 그분들이 하는 얘기는 이겁니다. 이것은 전쟁 폭력에 희생된 여성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가치, 이것을 전달하는 것이고 전쟁 피해를 받은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를 우리가 함께 기억하자라는 것인데 이 소녀상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법적 대응도 잊지 않았습니다. 법원에 소녀상 철거 명령을 중지해 달라,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결국 독일 지방정부가 움직였습니다. 베를린시는 '평화의 소녀상'은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이란 입장을 냈습니다. 철거 명령을 내렸던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도 "절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한정화/코리아협의회 대표 (JTBC '아침&') :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 비문이라면 비문의 내용을 그쪽과 합의해서 다시 바꿀 수도 있죠.]

결국 시민의 힘으로 일본 정부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낸 겁니다. 일본 정부의 행태에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던 우리 정부의 대처가 현명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재웅/외교부 부대변인 (어제) : 기본적으로 민간 차원의 자발적 움직임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저희의 기본 입장입니다.]

우리 시민단체가 현지 여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앞서 말씀드렸던 보편주의입니다. 여기엔 그동안 펼쳐왔던 활동들도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로선 감추고 싶은 역사죠. 코리아협의회는 베트남전 당시 우리 군의 성폭력 문제도 다뤄왔습니다. 저희 뉴스룸에서도 관련 내용을 취재해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팜티하인/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 (4월 21일) : 깟탄에서 깟카인까지 서류를 전하러 갔다가 한국군한테 잡혀갔어요. 몸부림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입을 틀어막았어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인데요. 지난 4월, 한국군에 가족을 잃었다고 주장한 베트남인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12일 첫 재판이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이런 주장을 내놨습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믿기 어렵고, 원고 측이 주한미군 감찰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제출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맺은 1965년 군사 실무 약정을 거론했는데요. 민간인 피해 보상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오랜 기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됐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논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듯해 좀 씁쓸합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었는데요.

[대한민국·베트남 정상회담 (2018년 3월) :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합니다.]

우리 정부가 '보편적 가치'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법적 책임 인정과 진정한 사과, 그리고 배상. 우리가 일본 정부에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 듯싶습니다.

< 의협 "국시 거부 의롭다"…국민 절반 "국시 구제 반대" >

흔히 '안물안궁'이라고 하죠. 대한의사협회가 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 사안에 굳이 입장을 냈습니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와 관련해 사과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의(義)로운 취지의 행동'이었다고 말입니다. '의로운'이 혹시 '의사스러운'의 준말은 아니겠죠.

[김대하/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JTBC '뉴스룸' / 어제) : (정부가) 처음에는 의대생 시험 문제를 해결하려면 본인들 의향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복귀 선언을 한 이후에는 사과 조치를 지금 요구하고 있고… 부당한 요구라는 것이 저희 입장이고…]

정부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라, 정부 입장은 한결같았습니다.

[이창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지난 9일) : 어떠어떠한 조건에 따라서 뭐가 있다면 무슨 조치가 있을 것이냐 하는 조건부에 대한 사항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과를 하든 말든, 국시 재응시 기회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란 단서 조건은 달았습니다. 사실 알아서 사과한 건 의료계입니다. 지난번 주요대학 병원장들의 이른바 '대리 사과' 기억하실 겁니다.

[김영훈/고려대학교의료원장 (지난 8일)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아주 힘든 이 시기에 우리 의대생이 국가고시 문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송구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국민들의 마음을 우리가 사지 못한 이 점을 깊이 반성합니다.]

병원장들은 '죄송하다' 고개를 숙이고 의협은 '의로운 행동이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둘 다 국시 구제책을 마련해 달라는 건 같은데 말입니다. 그 구제책, 아무래도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국시 구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한 달 전 조사와 거의 비슷합니다.

여당이 여론의 추이를 보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감당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사실이 아니다, 선을 그었습니다.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어제) : 지난 일요일 한 언론에서 여당이 국시 재응시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문제는 국가의 신뢰 문제입니다. 국가가 정한 기본 원칙과 약속은 굳건히 지켜져야 될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당 보건복지위 전원의 일관된 생각입니다.]

깨진 레코드판을 돌린다고 표현하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듣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아무래도 정부와 여당이 '국민적 공감대'란 단서를 붙인 게 의료계 입장에선 '희망 고문'이 된 듯합니다. 정세균 총리든, 이낙연 대표든 책임 있는 여권 인사가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베를린 소녀상' 지켜낸 시민들…'보편주의' 승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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