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석 차례상 준비한 분들 느끼셨겠지만, 밤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올봄 냉해에다, 역대 가장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도 안되선데요. 그래도 산지 가격은 많이 안 올랐는데 소비자 가격이 유독 뛰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발로 뛰는 발품 경제, 이주찬 기자가 충남 공주의 밤 농가로 달려갔습니다.
[기자]
밤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로 달려갑니다.
알이 찬 밤송이가 탐스럽게 벌어졌습니다.
밤은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나무가 될 때까지 씨 밤의 형태는 거의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뿌리인 조상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밤을 차례상에 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는 유독 잘 익은 밤을 찾기 힘듭니다.
[앗 따가워, 따가워…(장갑을 껴도 밤송이) 가시가 들어오는데요.]
[(이거는 어때요?) 못써요. (이거는요.) 그것도 못쓰고요. (왜 이렇게 못쓰는 게 많아요?) 잘 안 돼서 그래요, 밤이.)
[이철용/밤 재배 농민 : 햇빛을 못 봐가지고 보기에는 밤송이가 많이 매달렸는데 실상 줍고 보면 밤이 없어요. 조생종은 반 정도 줄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밤송이가 성숙하질 않고…]
봄에 찾아온 냉해에 한 달 넘게 온 장마까지 겹쳐섭니다.
이렇다 보니 밤 꿀마저 생산량이 5분의 1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박관수/양봉 농민 : 이렇게 망가져버렸죠. 싹 다 없어졌어요. (꿀을 딸 수가 없네요, 이 정도면.) 포기 상태예요. 벌 한 마리도 없잖아요.]
이맘때쯤이면 꽉 차야 할 밤 창고도 휑합니다.
[이철용/밤 재배 농민 : 올해는 밤이 흉년이라 밤이 없어요. 지금 보시다시피 (창고의) 3분의 1도 안 되잖아요.]
수확량이 반토막이 났지만 값을 올려받진 못한다고 합니다.
[이철용/밤 재배 농민 : 해마다 주문하는 사람들이 주문하기 때문에 더 비싸게는 못 받는 거죠.]
이날 산지 농민이 공판장에 판 가격은 밤 1kg에 4천 원 정도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시장에 가봤습니다.
[시장 상인 : (밤 1kg 어떻게 해요?) 8천원, 1만원이요.]
값이 배로 뛴 겁니다.
서울 마트에 가봤더니 1만2천 원입니다.
순식간에 세 배가 된 겁니다.
깐 밤은 훨씬 더 비쌉니다.
시장에선 400g 정도에 8천 원, 마트에선 290g에 9천 원이 넘었습니다.
[도매상 관계자 : 밤을 유통하는 (도매)업자들이 있어요. 독점이에요. 도매상들이 (가격 인상을) 거의 주도한다고 보면 돼요.
몇몇 도매상이 가격을 쥐락펴락한단 겁니다.
값이 껑충 뛰어도 차례상에 밤을 빼놓을 수 없는 소비자들은 답답합니다.
[양영준·이지혜/경기 광주시 :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가지고 상 차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기필림/서울 망원1동 : (밤이) 비싸죠. 이것 봐요, 8천원이네…그래서 딸이 어제 두 되 가져왔어요, 공주에서.]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황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