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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빅뱅 시대에 20년 된 방송법?… "타당한지 뜯어봐야"

입력 2020-09-25 17:36 수정 2020-09-25 18:04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관 특별 세미나'시청각미디어 시대의 민영방송 규제 합리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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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관 특별 세미나'시청각미디어 시대의 민영방송 규제 합리화 방안'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
방송에 대한 규제 타당성을 점검하고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관한 특별세미나 '시청각미디어 시대의 민영방송 규제 합리화 방안(후원 JTBC)'에서다. 방송 규제에 대한 일방적 '완화'가 아니라 현재 방송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규제 목적이 지금 현실과 맞는지, 그리고 목적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실효 있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규제를 합리화하자는 목소리다.


이날 '민영방송 사업 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전범수 교수는 우선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등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고 봤다. 전범수 교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디지털 방식의 네트워크를 가진 사업자들이 다양한 국가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도 여기에 그저 편입될 우려가 있는데,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가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많이하고 구체화되지 않은 부분을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퍼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테크놀로지 기반의 사업에서 '올드 룰'을 자꾸 적용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가 든 예는 미국 FCC의 미디어 소유 규정에 대한 검토 평가 보고서다. 미국 FCC는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구다. 전 교수는 "미국은 4년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방송구역 내 미디어 소유 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환경 변화에 맞게 조정하고 조율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소유 규정들이 경쟁을 촉진하는지,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로컬리즘에 필요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법안을 어느 순간 개정하자고 하면 이 개정이 어떤 이익에 복무하는지 의심하게 된다"며 "미국의 사례처럼 지속적 검토와 평가를 통해서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필요한 규제를 살려주면서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

실제로 이날 전 교수가 제시한 '방송법 개정 역사를 통해 살펴본 방송정책 수단의 변화와 함의 분석(정인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방송법 제정 이후 18년간 21회가 개정됐는데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내용 규제 법률 개정이 가장 많았다.

전 교수가 특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시한 부분은 소유 겸영 규제 등 구조 규제다. 방송법상 소유 규제는 방송사업자의 성격에 따라 ▶1인 지분 소유 ▶대기업 지분 소유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 지분 소유 ▶외국자본 출자 금지 등 다양한 규제들이 적용되고 있다. 겸영 규제 또한 ▶이종 플랫폼 간 겸영 제한 ▶플랫폼과 PP 간 겸영 제한 ▶동종 플랫폼 내 겸영 제한 ▶PP 내 겸영 제한 등 규제들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소유 규제는 개발 방송 사업자별 사회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에 비례하지 않는 인위적 규제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겸영 규제도 제한의 근거나 각 규정의 기준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 이유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그런데도 규제의 적절성과 과학적 타당성이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전 교수는 "방송 시장의 구조 규제 정책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실제 규제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방송사업자들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 공영과 민영 방송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적용 차별화도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전 교수는 ▶규제 기준의 통일성과 차별적 적용 근거 마련 ▶방송 사유화 방지 및 미디어 다양성 등 기본 가치 보장을 위한 보완 장치 마련 ▶방송 환경 변화에 따른 정기적인 구조 규제 검토 보고서 작성 등도 제안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한국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 '민영방송 사업다각화와 구조규제 합리화 방안'

이날 '민영방송 편성·광고 규제의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송종현 교수는 방송 편성 규제와 방송 광고 규제의 문제점을 짚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편성과 관련해선 ▶지역민방에 대한 수중계 비율 제한 ▶순수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 편성 ▶종합편성방송사업자의 오락 편성 비율 제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관련 의무 편성 ▶국내제작 프로그램 및 분야별 국내 제작물 의무 편성 ▶해외 수입물 중 1개 국가 제작물 편성 제한 ▶등 각종 편성 규제를 규정하고 있다. 방송 광고와 관련해서도 매체별 광고 허용범위, 시간, 횟수 또는 방법을 정하고 있고, 시행령을 통해서도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허용범위와 허용 시간, 제한, 고지 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방송 광고심의 규정을 통해서도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 광고 표현,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표현에 대한 각종 규제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다.

송종현 교수는 "방송의 다양성과 균형성이라는 공익성을 달성하기 위한 방송편성 규제가 여전히 유의미한 가치를 갖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으나 방송편성 제한 근거의 타당성과 현실성이 약화하고 있는 방송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 있어서 여전히 유용한 방법인가 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즉 20년 전 제정된 방송법의 제5조(방송의 공적책임)과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서는 방송에 사용되는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과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규제가 필요했고 또 이것이 유의미하지만, 방송의 독과점이 일찌감치 깨지고, OTT로 대표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전통적 방송 서비스의 기반을 위협하는 지금까지도 이 규제들이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관련 의무편성과 관련해서 송 교수는 "왜 방송이 다른 문화산업의 육성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의 정책 목표는 방송 사업자보다는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을 포함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방송 광고 규제에 대해서도 "방송과 프로그램의 엄격한 구분 원칙을 제시하고 불가피한 방송프로그램 내 광고와 중간광고 정도만 정의하고, 나머지 방송 광고의 유형과 정의 등을 세세하게 법률에 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매체별 광고 시간 최대 허용량은 유지하되 1일 총량 규제 이외에는 폐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상당수의 편성 규제가 20년 전 방송 환경 하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최근 변화하고 있는 방송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채널 특성에 따른 공적 책임 부여 등 방송 채널의 특성에 따라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진흥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오갔다. 우상욱 SBS 정책팀장은 "규제 만능주의가 기술·경제적 고려 없이 경로성에만 의존해서 작동하는 게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은 오래된 준거 틀에 갇혀 있다"며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편성 규제 분야를 공익적 목적과 산업적(다른 산업 육성을 위한) 목적으로 분리하고, 산업적 목적이라도 판단되는 규제 분야는 대폭 없애야 한다"(동덕여대 홍원식 교수), "방송 규제가 매체별 차등 규제에서 공영·민영의 차별 규제로 변화해야 한다"(미디어미래연구소 천혜선 박사) 등의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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