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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돌봄공백' 긴급점검…현장 가보니 "예산 대책 없이 지시만"

입력 2020-09-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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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불이 나서 화상을 입은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는 지금도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돌봄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례가 없는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오늘(22일)부터 한 달 동안 취약계층 아동 7만여 명을 대상으로 돌봄 공백이 없는지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앞서 저희 취재진도 돌봄의 현장을 돌아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센터에선 "코로나 시대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예산 문제는 전혀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취약계층을 위한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담당 구청은 휴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긴급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전 10시, 아이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점심이 되자 20명 가까이 됩니다.

4년째 할머니랑 사는 아홉 살 정모 양도 센터를 찾았습니다.

이곳에 와야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피아노도 칠 수 있습니다.

[(꿈이 뭐예요?) 피아노]

취재진은 정양이 사는 집에 찾아가 봤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모 양 할머니 : 허리도 다치고 다리도 그렇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센터가 문을 열지 않는 주말이 되면 걱정이 앞섭니다.

[정모 양 할머니 : 친구도 없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요. 거기 가는 날만 기다려요. 요새 제가 병원 가는 날이 많아서 자기들이 뭐 해 먹고 사 먹고. 맨날 라면이죠.]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동은 정양뿐만이 아닙니다.

[김성식/지역아동센터장 : 많이 학대를 받았던 거예요. 얘는 일단 아침 일찍 센터 오는 것이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그렇죠.]

하지만 앞으로 센터를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매달 정부와 지자체가 이 센터에 주는 보조금은 719만 원.

사회복지사 등 직원 3명 월급과 아동 교육비 72만 원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3만 원이 조금 안 됩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후원까지 줄었습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방역 물품을 구매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성식/지역아동센터장 : 지금 프로그램(교육)들을 제대로 진행 못 하니까. 소독약이나 마스크 같은 걸 구매하는 쪽으로…]

지역아동센터 관련 정부 예산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1.5%에서 올해 3.4%로 줄었습니다.

현장에선 "코로나 19 확산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예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현/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자치구 대표자회의 : 정부는 지역아동센터 예산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돌봄공백에 대한 지침만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렇게 취약계층을 위한 지역 돌봄센터는 전국에 4000여 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두 이 센터를 이용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 취재진은 보호자가 출근한 뒤에 아이들끼리만 집에서 지내는 가정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어서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동 10명 중 4명은 보호자도 없이 집에 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약 70%는 형제자매와 함께 있었고, 아이 혼자인 경우도 20%에 달했습니다.

보호자 없이 집에 3시간 이상 있는 경우는 전체의 40%를 넘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정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13살과 8살 남매의 엄마 김태희 씨가 출근 준비를 시작합니다.

김씨는 홀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갈게 엄마, 간다. 00야 (네.) 얼른 일어나.]

엄마가 출근하면 아이들만 남습니다.

지난주까지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도 안 갔습니다.

[김양/8세 : 슬퍼요. 선생님이랑 친구 보고 싶어요.]

취재진은 아이들을 지켜봤습니다.

오빠가 잠든 사이, 동생 김양은 온라인으로 영상을 봅니다.

인형을 꺼내기 위해 의자 위를 오르기도 합니다.

[조심, 조심.]

주방을 들락날락하기도 하는데, 한 번은 뜨거운 냄비를 쏟은 적도 있었습니다.

[김양/8세 : 여기 육개장 있었는데 설거지하다가 갑자기 손이 펑, 탁.]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드릴 때가 제일 무서웠다고 말합니다.

[김양/8세 : 그때 여기 현관문을 누가 띵동거리는 거예요. 엄청 놀랐어요.]

오빠가 동생을 챙기지만 항상 지켜보기는 어렵습니다.

[김군/13세 : 밖에 못 나가는 거 (답답해요.) (동생 돌보는 게) 조금 힘들어요.]

엄마 김씨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일찍이 포기했습니다.

[김태희 : 애들 걸음으로 시간적으로 따지면 20~30분 걸어가야 하니까. 왔다갔다 하면 1시간이 넘게 되더라고요. 그쪽으로는 잘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돌봄이 필요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된 적이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조성혜 / 영상그래픽 : 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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