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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그날, 인국공 구본환 사장은 정말 공항에 갔을까

입력 2020-09-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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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그날, 인국공 구본환 사장은 정말 공항에 갔을까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해임 기로에 놓였습니다.

인사에 항의한 직원을 직위해제하고(부당 인사 의혹) 지난해 태풍 대응 당시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취재설명서] 그날, 인국공 구본환 사장은 정말 공항에 갔을까

전자는 공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향후 법원에서 '부당 인사'인지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이미 중노위까지 '부당 인사'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후자는 지금 구 사장과 국토부가 첨예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 사장은 2019년 10월 2일 오후 국토부 국정감사 당시 태풍 '미탁' 북상에 따라 이례적으로 국감장 이석을 몇몇 다른 기관장과 함께 허락받습니다. 이에 구 사장은 오후 3시 30분쯤 세종시 국감장을 나와 인천공항으로 출발합니다.

국토부 국감장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까지는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그런데, 당시 태풍은 인천공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물러갑니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 국감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집니다. 돌아간 구 사장과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죠.

구 사장은 그 뒤 국회에 자신의 행적을 담은 사유서를 냈는데, 대략 내용은 이렇습니다.
 
[취재설명서] 그날, 인국공 구본환 사장은 정말 공항에 갔을까

오후 3시 30분 국감장에서 나와 자동차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오후 4시~5시 이동 중에 태풍 기상특보가 공항에 내려지지 않아 비상대책본부 설치 않기로 결론
오후 6시 태풍 영향 미미해 대기체제로 운영 결정
오후 7시~8시 인천공항 도착해 배수지 갑문 등 외곽상황 점검
오후 8시 이후 :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

오후 3시 30분에 국감장을 출발해서 휴게소에 30분 머물렀다 쳐도 6시면 공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구 사장의 법인카드는 오후 9시 25분 29초쯤 자신의 집 근처(약 10분 거리)인 경기도 안양 인덕원 근처의 숯불구이 식당에서 22만 8천원 어치 사용됩니다.

'국회에 소명했다'는 사유서에는 이런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없습니다. 또 집 근처로 이동했다는 내용 역시 없죠. 구 사장은 다 소명됐다고 하지만, 만약 이 내용이 당시 국회에 낸 사유서에 담겼다면 태풍에 대응하라고 돌려보내준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 물증 없는 구 사장의 해명

국토부와 구 사장은 현재 국감 당일 행적을 두고 진실공방 중입니다.

국토부와의 공방 과정에서 당일 저녁 6시 반쯤 지인들과 숯불구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감사 과정에선 저녁 7시에 공항으로 갔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취재과정에서도 이미 확인된 내용이지만, 지인은 총 2명이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법인카드가 긁힌 것도 확실했습니다. 해당 식당에는 메뉴가 단 2개 뿐 인데, 이 가격 곱하기 2를 하면 정확히 22만 8천원이 나옵니다.

 
[취재설명서] 그날, 인국공 구본환 사장은 정말 공항에 갔을까

구 사장의 주장이 맞다 치면, 저녁 6시 반쯤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10분 정도 앉아 있던 중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1시간 거리 공항으로 다시 돌아간 겁니다. 그리고 법인카드는 지인에게 건네준 것이죠.(사실 법인카드를 지인에게 건넨 행위도 소소하긴 하지만 '배임죄'의 구성 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법인카드를 친구에게 빌려주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 돌려보낸 관용차가 아니라 택시를 잡아타고 저녁 7시~8시 사이에 공항에 도착해서 배수지 갑문 상황을 점검한 것이죠. 식당에서 공항까지는 약 61km, 최소 1시간 거리인데, 퇴근 시간대라서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상 매우 빠듯하긴 하지만, 구 사장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저녁 7시(혹은 6시 40분쯤)에 안양 인덕원에서 택시로 출발해 엄청난 속도로 공항에 도착한 뒤 간략하게 갑문을 점검하고 8시부터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구 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나 증인이 없다는 겁니다.

돌려보낸 관용차 대신 택시를 탔는데 하필 '현금'으로 내서 증빙이 불가능합니다. 공사 사장이 배수지 갑문 등을 점검하는데 동행한 직원조차 없어서 역시 목격자가 없습니다. 저녁 8시부터 관사에 있었다는 구 사장을 본 사람도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의아한 건 식사자리입니다. 지인들을 불러 식사를 했는데, 1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법인카드만 주고 공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면, 애초에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는 왜 만든 것일까요. 딱히 태풍으로 달라진 상황도 없었는데 말이죠.

■ '공항에 간 적이 없다'는 국토부의 결론

이 때문에 국토부는 구 사장의 동선 해명 자체를 '허위'로 보고 있습니다. 아예 공항으로 돌아간 적조차 없다는 것이죠. 국토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만약에 공항으로 돌아갔다면 정황적으로 여러 가지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오후 3시 반에 세종시를 떠나 '하필' 집에 와서 지인 2명과 안양 인덕원에서 저녁 6시 반 숯불구이 식당 약속을 잡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법인카드를 주고 10분 만에 나왔고, '하필' 현금으로 결제한 택시를 탔다. 1시간 거리를 달려와서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갑문 상황을 점검한 뒤 저녁 8시부터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했다는 복잡한 동선. 그리고 물증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

국토부는 이 복잡한 동선 보다는 애초에 공항 자체에 가지 않았고 법인카드가 사용된 최소 9시 25분까지 숯불구이 식당에 있었다는 가설이 더 타당하다고 본 셈입니다.

■ 해임 기로 놓인 구본환 사장…24일 결론

구 사장의 해임 여부는 오는 24일 열리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판가름 납니다, 관건은 결국 '거짓말 여부'가 될 전망입니다. 한 쪽은 공항에 돌아갔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한 쪽은 공항에 간 적 조차 없다고 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구 사장과 국토부, 양쪽 모두 입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은 없습니다. 다만, 구 사장이 주장하는 동선이 시간상 매우 빠듯한 것은 맞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거짓말'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죠. 과연 운영위는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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