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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형제' 불 10여 분 만에 꺼졌지만…온 몸에 화상 '중태'

입력 2020-09-18 08:37 수정 2020-10-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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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른 없이 아이 둘이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나서 이 10살과 8살 형제는 지금도 위중한 상태입니다. 119에 전화해서 빨리 와달라는 말을 한 이 아이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합니다.

이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 16분,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옵니다.

신고자는 어린 형제, 소방차와 구급차가 잇따라 도착합니다.

[화재현장 출동 소방관 : 첫째는 선착대가 먼저 들어가서 불길에서 먼저 (구조)했고 문 앞에 있었대요. 연기를 빼면서 둘째를 찾은 거예요.]

불은 10여 분 만에 꺼졌지만, 형제는 온 몸에 화상을 입어 아직도 위중한 상태입니다.

형제는 어머니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지난달 A씨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웃들이 A씨를 세차례나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슈퍼마켓 운영 주민 : 고무장갑을 사러 왔었어. 엄마가 심부름 보냈냐니까 내가 설거지하러 사러 왔대. (둘이 같이 왔어요?) 남자 동생하고.]

[이웃 주민 : 걔가(이사 간 주민) 그래 나와서. 두 번 했다고 신고를. 애들이 밤늦게 울어서 무섭다고. 너무 가엾어, 애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도 형제를 A씨와 분리해 보호시설에 위탁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두 달 동안 세 모자를 상담한 결과,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길 원치 않는다며 A씨에게 상담치료를 받으라는 처분만 내렸습니다.

게다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코로나19 우려로 상담 업무를 중단하는 바람에 사고 당일까지도 아무런 처분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형제는 학교의 방과 후 돌봄도 신청하지 못했고 단 둘이 온라인 수업만 들었습니다.

이 가정은 구청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올해 초부터 대면 상담 대신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구청 전담 관리사는 "큰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았는데, A씨가 관련 육아 교육을 받는 등 아이들에게 애정을 보여왔다"고도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자활근로를 하며 혼자 형제를 키웠습니다.

A씨는 경찰에 사고 당시 지인을 만나러 갔다고 말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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