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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방임 신고에도…초등생 형제 '라면 끓이다' 중태

입력 2020-09-17 20:55 수정 2020-10-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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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에서 집에 남겨진 열 살과 여덟 살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 나서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아직도 위중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119에 신고한 아이들의 음성엔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아이들이 구조를 요청할 때까지 어른들과 사회적 보호 장치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 16분,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옵니다.

신고자는 어린 형제, 소방차와 구급차가 잇따라 도착합니다.

[화재현장 출동 소방관 : 첫째는 선착대가 먼저 들어가서 불길에서 먼저 (구조)했고 문 앞에 있었대요. 연기를 빼면서 둘째를 찾은 거예요.]

불은 10여 분 만에 꺼졌지만, 형제는 온 몸에 화상을 입어 아직도 위중한 상태입니다.

형제는 어머니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지난달 A씨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웃들이 A씨를 세차례나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슈퍼마켓 운영 주민 : 고무장갑을 사러 왔었어. 엄마가 심부름 보냈냐니까 내가 설거지하러 사러 왔대. (둘이 같이 왔어요?) 남자 동생하고.]

[이웃 주민 : 걔가(이사 간 주민) 그래 나와서. 두 번 했다고 신고를. 애들이 밤늦게 울어서 무섭다고. 너무 가엾어, 애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도 형제를 A씨와 분리해 보호시설에 위탁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두 달 동안 세 모자를 상담한 결과,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길 원치 않는다며 A씨에게 상담치료를 받으라는 처분만 내렸습니다.

게다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코로나19 우려로 상담 업무를 중단하는 바람에 사고 당일까지도 아무런 처분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형제는 학교의 방과 후 돌봄도 신청하지 못했고 단 둘이 온라인 수업만 들었습니다.

이 가정은 구청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올해 초부터 대면 상담 대신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구청 전담 관리사는 "큰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았는데, A씨가 관련 육아 교육을 받는 등 아이들에게 애정을 보여왔다"고도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자활근로를 하며 혼자 형제를 키웠습니다.

A씨는 경찰에 사고 당시 지인을 만나러 갔다고 말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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