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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입력 2020-09-16 19:28 수정 2020-09-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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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섯 달째 이 의원 의혹을 취재 중인 JTBC 기자들이 취재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립니다. 방송 뉴스에선 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전합니다. 이번엔 '19년 전 이혼한 전처' 이야기입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이상직 의원 '전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9월15일 JTBC뉴스룸 첫 보도) 전처. 말 그대로 전 부인입니다. 올 4월 총선에서 줄곧 이 의원 옆에 있던 여성은 2001년 법적으로 이혼한 사람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재산 내역을 공개해야 합니다. 전처를 두고 '이 의원이 재산을 감추기 위해 가짜로 이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취재팀은 총선이 끝난 올해 5월 이 의원의 이혼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취재팀은 이 내용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요.

이상직 의원 형 판결문에 등장하는 '이상직 전 부인'

지난 5월, 이상직 의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이 의원 관련 법원 판결문을 확보했습니다. 이 의원의 형 이경일 대표 판결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판결문엔 수많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등장합니다. 이 대표는 돈을 빼돌려 회사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결국 2015년 횡령·배임 혐의가 최종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됩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지난 6월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의 판결문. 이경일 대표는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받은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이익은 피고인의 동생 이상직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합니다. 형 이경일 대표가 빼돌린 회삿돈은 이 의원의 누나, 이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 등에게 흘러갑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재판부는 해당 범죄로 인해 "동생 이상직이 대부분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중 유독 눈에 띈 것은 '이 의원의 전처'였습니다. 이 대표는 '이 의원 전처'를 회사 임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4억 원 이상을 지급했습니다. 판결문엔 2001년 2월 이 의원이 이혼했다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차명재산 의혹의 핵심 고리 '형'과 '이혼한 전처'

이스타항공 그룹은 이 의원의 가족과 지인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지분 41.7% 소유)는 딸과 아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홀딩스는 10대 아들과 20대 딸이 만든 페이퍼컴퍼니입니다.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지분 7.7% 소유) 앞서 소개해 드린, 형 이경일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입니다. 계열사엔 이경일 대표 외에 또 다른 형과 누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판결문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입니다. 여러 회사 경영을 총괄하던 형이 왜 징역형을 감수하면서 '오래전 동생과 이혼한 전처'에게 수억 원의 돈을 빼돌린 걸까요. 특히 본인은 아무 이익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취재팀의 의문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JTBC 취재진은 여기서 결정적인 인터뷰를 합니다. 이경일 대표 인터뷰입니다. 이 대표는 취재진에 "내가 왜 아직 대표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지난 6월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와의 전화 인터뷰. 이 대표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 "아는 것이 없다"고 반복했다.

JTBC의 이 인터뷰는, 형에게 권리가 있는 지분조차 사실은 이 의원의 것이 아니냐는 '차명재산' 의혹에 불을 지핍니다.

이때부터 JTBC 인터뷰를 직간접적으로 인용한 기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상직 의원의 지분은 하나도 없지만, 사실은 그 지분을 이 의원이 지배하고, 더 나아가 소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취재팀의 보도를 보고 "차명 재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이 형과 전처 명의 등으로 별도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참여연대는 국세청에 이 의원을 조세포탈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공식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노조는 검찰에 이 혐의로 이 의원을 고발합니다.

이 의원 측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다. 그걸 왜 우리한테 묻느냐"며 "형님의 회사니, 그쪽에 여쭤보라"고 답했습니다. 이 의원 측도 아니라고 하고, 이 대표도 모른다고 하니, 도대체 이 회사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상직과 총선 함께 뛴 여성, 19년 전 이혼한 전처

이 대표에 이어 차명재산 의혹의 핵심인 전 부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난 총선 줄곧 유세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당선이 확정되자 이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 의원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시절 연 출판기념회에서도 함께였습니다. 주요 공식 석상에 있었던 여성이 19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이란 사실에 취재진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지난 4월 총선 당시 선거 유세 현장에 함께한 전 부인의 모습 (출처: 이상직 의원 지지자 커뮤니티)

이 의원 측으로부터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던 취재진은 전 부인을 직접 만나기 위해 수소문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조에도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서울 서초구 이상직 의원 자택에서 전 부인에 대한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재팀은 이 의원의 서울 서초구 자택을 수시로 찾아갔습니다. 주민들의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이웃 주민은 "중년 여성을 자주 봤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몇 차례 봤다"고 했습니다. 경비원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직 의원네 부부가 사는 곳이 맞다"며 "사모님은 최근 며칠간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만으론 부족했습니다. 이스타항공 내부 직원으로부터 사실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직 핵심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마 많은 직원들이 모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사했을 때 이혼이 된 상태라고 얘기는 들었었어요. 들은 이야기지만 쉽게 말하면 사업하는 사람들이 이게 잘못되면 재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혼자만 하다가."

"서류상 이혼을 하고 재산을 나눠 딸이 미국에 유학을 갈 때 같이 간 것으로 들었습니다." (전 이스타항공 핵심 관계자)

사생활이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차명재산 의혹


이혼은 개인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입니다. 때문에 지나친 사생활 침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취재팀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이 의원이 재선 국회의원에 중진공 이사장 출신의 고위공직자기 때문입니다. 고위공직자는 재산을 성실하게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혼한 사람의 재산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스타 노조가 이 의원의 차명 재산 의혹을 주장하는 배경입니다.

"충분히 사실혼 관계라고밖에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전 부인이) 아들의 유학비며 그쪽에서의 생활비 이런 문제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최근 공개된 이상직 의원 재산 등록 서류. 배우자 칸이 없고 본인, 장녀, 장남만 공개돼 있다.

실제 최근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 내역엔 배우자 칸이 없습니다. 다른 의원들 재산 내역에 배우자 칸이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법적으로 전 부인은 얼마를 보유하고 있던 신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법률전문가들은 정황상 의도적인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취재설명서] ⑥ 이상직의 '19년 전 이혼한 전처'가 중요한 이유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상태는 그 신고 의무가 형식적으로는 배제되기 때문에 아마 그것을 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시형 변호사)

결국 인정한 이 의원 측…차명재산 의혹은 부인


취재팀은 관련 내용을 가장 먼저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조 역시 취재팀의 취재를 통해 처음 관련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보도가 늦었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민감한 사생활이기에 당사자의 인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 측은 관련 질문에 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제(15일) 오후 처음으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가정사가 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다"며 "아들딸이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도와주라고 부탁해서 도와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명재산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이혼 자체는 사실이지만, 재산 공개 문제를 피하려고 고의로 그랬던 건 아니란 주장입니다.

취재팀의 보도 이후 네티즌들은 분노했습니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결국엔 사실혼 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의원과 수시로 함께하고, 심지어 이 의원 자택에 머물렀던 사람이 어떻게 '전처'일 수 있느냐는 겁니다. 다른 걸 떠나서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취재팀은 이 의원 측에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동안 국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여당 재선의원이 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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