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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미 간 싸움붙이기' 하는 국내 언론에 황당함 표출한 미국…'동맹대화' 논란의 진실

입력 2020-09-15 17:15 수정 2020-09-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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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미 간 싸움붙이기' 하는 국내 언론에 황당함 표출한 미국…'동맹대화' 논란의 진실

◇한국에는 있고, 미국에는 없다?

외교부에 최근 새로 부임한 최종건 1차관이 지난 주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실세 차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인물인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도 많았습니다. 최 차관은 방미 성과로 '동맹대화 신설'을 내세웠습니다. '동맹대화'란 한국과 미국 간에 협의가 필요한 현안을 다루는 '국장급 실무기구'라고 합니다. 이미 남북 협력사업 제재 면제를 다루는 '한미 워킹그룹'이 있긴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한미 간 다른 현안을 다루는 기구라는 겁니다. 논란의 발단은 한국과 미국이 내보낸 '보도자료'였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낸 보도자료에는 "양국 외교당국 간 국장급 실무 협의체인 동맹대화(가칭)를 신설하는 데 공감하고, 동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동맹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공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있고, 미국이 낸 자료엔 '코로나19', '한반도 평화', '인도·태평양', '방위비'에 대한 언급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맹대화' 삐걱?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곧바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동맹대화'가 미국과 합의도 안됐는데 우리가 발표를 했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졌다는 취지의 기사들이었습니다. 워싱턴 내에서 불만이 나왔다는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기사만 보면 미국은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설익은 구상에 대해 우리만 성과를 앞세우느라 발표한 느낌이었습니다. 한미 간에 내보낸 자료가 똑같지 않으니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자료를 낼 때 양국 간 서로 논의하지도 않은 내용을 포함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황당함' 표출한 미국

일부 국내 언론의 문제제기성 보도가 있은 이후, 한국 측은 미국 측에 연락해 이런 보도 등을 공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이 파악하기로는 이런 국내 보도가 있다는 것을 들은 미국 측이 황당함을 표시했다는 겁니다. '한국 언론은 왜 이렇게 사소한 걸 부각시키냐'고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동맹대화' 관련해 추가로 언급을 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동맹대화' 추가 언급한 미국

미 국무부는 언론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동맹대화'에 대한 추가 언급을 내놨습니다. "최 차관은 양자 간 동맹대화를 제안했고, 비건 부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입니다. 국내 언론을 의식한 듯 'agreed', 즉 '동의','합의'했다는 표현도 두 번이나 썼습니다.

◇미국, 처음부터 왜 발표 안했나? '

처음부터 깔끔하게 한국과 미국이 같은 자료를 냈으면 논란 자체가 없었을 것을…'하는 아쉬움도 드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어떤 논의를 하고난 뒤에 '공동발표문' 같은 걸 발표하지 않는 이상, 논의에 대한 자료를 낼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는 소위 '각 나라 마음'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대화'라는 하나의 협의채널을 새로 만드는 게 이번 논의에서 핵심이라고 본 겁니다. 왜냐하면 한미 간에는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 당장 미국은 대선이 있고, 이런 대형 정치행사가 있을 때는 그동안 해오던 대화도 상대국의 사정으로 끊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국장급 협의체'를 만들어두면 어떤 대형 이벤트가 있어도 양국 간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지금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협력을 자료의 가장 앞부분에 배치한 걸로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한 건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중국 압박과 관련 있는 부분입니다. 즉 양국이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가 다른 겁니다. 강조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어도 논의되지도 않은 부분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자료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니면 말고…'

미국이 '동맹대화'에 대해 추가 설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나간 '아니면 말고'식 보도로 생긴 '흠집'은 없애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한미 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게 됩니다. 나중에 정정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처음에 본 기사에 대한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또 이런 부분은 국익과도 직결됩니다. '아니면 말고'식 보도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기자라면 합리적 의심에서부터 시작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취재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언론이라면 정부가 하는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대신 그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방향성을 잡아놓고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쓰는 자세는 고쳐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외교 관련 보도는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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