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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의암호 사고 한 달…전국 인공수초섬 실태

입력 2020-09-08 21:15 수정 2020-09-0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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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춘천 의암호에서 배가 뒤집힌 사고로 다섯 명이 희생된 지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실종된 한 명의 노동자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청은 떠내려간 수초섬을 옮기는 작업을 했는데, 아직 불안한 주민들은 왜 또 위험하게 지금 하냐고 말합니다. 오늘(8일) 밀착카메라는 이런 '인공 수초섬'들을 둘러봤습니다.

효과는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 서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북한강 상류 지역입니다.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소방 마크를 단 배가 천천히 움직입니다.

인공수초섬을 고정시키려다 실종된 마지막 노동자를 찾고 있습니다.

[김상윤/춘천시청 안전총괄담당관실 : (소방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보는 눈들이 더 많아지니까.]

수색은 한 달째, 수중 음파 촬영 장비까지 동원했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이학봉/춘천시청 안전총괄담당관실 주무관 : (뭔가 발견하신 적도 있으세요?) 한 번 있었는데 다시 그 지점을 찾아가니까 형체가 없어져서 그건 뭐 물고기나 이런 걸로…]

잇따른 태풍에 실종 기간이 오래되면서 결국 경찰과 소방도 수색을 중단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상에 이런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습니다.

사고의 원인이 됐던 인공수초섬을 옮기는 모습인데요.

현장에 와봤더니, 다 옮긴 인공수초섬을 한쪽에 쌓아놓고 위에 천막을 덮어놨습니다.

사고 이후 수초섬이 흘러가 의암댐의 구멍을 막는 바람에 일부를 옮겨놓은 것입니다.

주민들의 심정도 복잡합니다.

[주창환/강원 춘천시 석사동 : 여기 (사람들) 많이 다녀요. '저것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었네, 어쨌네' 하는 사람도 많죠.]

다시 설치하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

[춘천시청 관계자 : 경찰 조사나 이런 것들을 따라가고 그래야 되니까…]

인공수초섬은 매트 위에 수생식물을 심는 것입니다.

호수를 맑게 하고, 생태자원을 풍족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 팔당호를 시작으로 2013년 대청호, 2017년 충주호 등 전국에 20개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이곳은 충주시에서 조성한 인공수초섬입니다.

호수 위에 매트를 깔고 달뿌리풀이나 갯버들 같은 수생식물을 심어놨는데요.

여기서 보면 그냥 풀처럼 보이지만 내려다보면 또 모양이 다르다고 합니다.

지난 2017년,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라는 시를 모티브로 10억을 들여 별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관광객 유치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관광객들은 모릅니다.

[이용직/경기 남양주시 호원동 : 네, 몰랐어요. 그랬으면 여기 바로 앞인데 뭔가 설명이라든가 이런 게 있었어야 됐는데…]

인근 상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영현/4년 차 카페 주인 : 저희는 양식장인 줄 알았으니까. 시에서 저걸 알려준다든지 그런 게 아예 없어서. 별(인공수초섬) 보러 오시는 분들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장사 4년 하면서…]

대청호엔 녹조가 심해 40억 원을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배를 타고 가까이 가봤습니다.

풀들이 비바람에 휩쓸려 누워 있습니다.

어떤 식물은 잘려나갔습니다.

대청호의 허파라고 불리는 이 인공수초섬이 생긴 지도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물은 얼마나 깨끗해졌을까요?

시청에선 수생식물이 오염원인 질소와 인을 흡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수에 비해 섬이 작아 큰 효과를 봤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대청호의 면적은 72제곱킬로미터로 축구장 1만 개 정도 규모입니다.

인공수초섬은 1만3000제곱미터로 축구장 2개 면적, 5천분의 1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충주호도 비슷합니다.

[충주시청 관계자 : 엄청 넓잖아요, 충주호가. 그 대비 수초섬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고요.]

주민들도 물음표를 답니다.

[배동완/충북 청주시 문의면 내수면 자율관리위원장 : 뭐 하는 데 40억이 들어갔나 몰라. 그것보다 차라리 저 배가 돌아다니는 게 더 낫네. 순환을 시켜주잖아.]

수초섬이 인공적으로 할 수 있는 수질 개선 사업 중 가장 최선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송미영/경기연구원 부원장 : 원래는 (오염물질)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죠. 우리나라는 방류수 수질 기준이 좀 느슨해요. (기준을) 높일 수 있느냐. 못 높이잖아요. 그럼 지금 이 시스템 안에서는 가용한 것이 뭐냐. 그런 옵션 중에 하나로 인공수초섬도 쓰이는 거고.]

하지만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호우나 수문 개방 등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전 지침이 없고, 민관이 함께 하다 보니 고정작업 등 관리를 위한 감독 주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규석/녹색연합 정책팀장 : 일종의 전시성 행정에 훨씬 더 가깝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물인 거고, 물론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훨씬 그 목적에 맞추려면 규모가 커야 되는 거고…]

환경부 문의 결과, 인공수초섬 조성에 들어간 돈은 최근 5년 동안 최소 60억 원입니다.

춘천의 상징이 될 계획이었던 이 하트섬은 5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물을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엔 모두가 공감합니다.

하지만 설치부터 관리까지 담당하는 사람의 안전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흉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상취재 : 이지수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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