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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잔인함 담아"…시로 풀어낸 '위안부' 피해 증언

입력 2020-08-14 21:11 수정 2020-08-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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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불운/에밀리 정민 윤 : 그녀가 넘어져. 그가 웃어. 빼앗긴 나라에서 몸이란 무엇일까. 혹은 누구의 것일까]

[앵커]

스물아홉 살 한국계 여성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시로 풀었습니다. 전쟁과 폭력에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시는 어떻게 담고 있을까요.

이어서 최하은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고 김순덕 할머니/2002년 증언 : 처녀 공출이라고 명령을 내려가지고…산속에 숨어도 봤어. 그래도 안 된다는 거야.]

[고 황금주 할머니/2002년 증언 : 내일이면 공장에 가겠지…오더니 정말 안 벗을래? 가만히 있었어. 그러더니 이걸 잡아서 찢더니]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내기까지 걸었던 가시밭길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도 짧은 시구에 담겼습니다.

매주 맞아야 했던 성병 예방 주사 냄새, 차라리 세상을 뜨겠다며 마신 소독약, 몸에 뿌려진 살충제.

가슴 찢기는 목소리를 엮은 건 스물아홉 살 이민자 여성, 에밀리 윤.

열한 살에 건너간 낯선 대륙에서 문학을 배우던 에밀리는 누군가에겐 흉터처럼 새겨져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금시초문인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영어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증언에서 따온 단어와 단어 사이 일부러 비워 둔 여백은 읽는 사람을 떨리게 합니다.

'고통을 소통 가능한 것으로 변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은 시집 속 폭력의 희생자는 기지촌 여성, 버려진 필리핀 혼혈 아이로 이어집니다.

[에밀리 정민 윤/시인 : 이 책의 잔인함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반일 민족주의적으로 읽히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서른다섯 편의 시는 오늘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억압을 함께 들여다보자 말합니다.

(화면제공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VJ : 김경찬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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