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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 내집마련' 포기한 3040…이렇게 '전세난민'이 됐다

입력 2020-08-12 21:27 수정 2020-08-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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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가계 대출이 7조 6000억 원 늘었습니다. 7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한국은행은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은 오늘(12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떻게든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3, 40대 그러니까 3040입니다. 부동산 급행 열차에 올라탔단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저희가 3040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어봤습니다.

이지은, 그리고 최재원 기자입니다.

[이지은 기자]

올해 초 경기도 고양에 전셋집을 구한 30대 신혼 부부.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을 넣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성원준 씨 : 한 3~4년 뒤라고 쳐도 뭐 30점대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으니까. 최소 60점대는 돼야지 가능성이 높지만요. 그런 부분 힘든 거 같습니다.]

올 상반기 경기도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7.2 대 1.

지난해보다 2배 올랐습니다.

경기도 수원의 30대 이모 씨도 청약을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서울로 나가 보려고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서울에 살고 싶다? 그럼 일단 서울에 어떻게든 들어가 살아야 됩니다. 거주지 1~2년 이상. (전셋값도) 너무 비싸구나 생각이 들었고 최소금액 보고요. 경기도에서는 25평까지는 들어갈 수 있는데 서울은 10 몇 평밖에 안 되더라고요. 집값이 계속 오르고 소득이 못 따라가니까요.]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3% 급등한 반면 월평균 소득은 16%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한번 서울에서 빠져나오면 재입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아파트에서 빌라로, 더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실제 3, 40대 가구주가 서울로 전입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 직장까지 출퇴근하는 40대 김모 씨도 서울살이를 포기했습니다.

4년 전 살던 서울 아파트와 현재 사는 아파트의 당시 매매가는 거의 비슷했는데, 지금은 두 배나 벌어졌습니다.

[다시 서울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오히려 전세도 못 들어가는 서울이죠. 남가좌동도 직장에서 가까워서 봤는데 한 5억에서 6억 됐던 게 지금 10억, 11억에 두 배가 올랐더라고요.]

서울 아파트값이 연일 오름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의 전세가는 58주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거비 부담 탓에 주택담보대출도 포기했습니다.

[이 은행 저 은행 대출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까. 잘 끌어모은다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하겠죠. 다음 생애에도 빚 갚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3040의 가장 큰 걱정은 계속되는 불안 심리입니다.

[김모 씨/40대 : 자꾸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정책을 통해서 불안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왜냐면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22번의 정책을 내놨으면 최소한 반 타작이라도 해야 되는데.]

[이모 씨/30대 : 청약도 안 되고 대출도 안 되고, 전세로 들어가 산다 해도 내 임금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 못 따라가니까 방법이 없는 상태. 그래서 완전 사다리가 걷어 차인 느낌이죠.]

[최재원 기자]

더 늦으면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에 30대는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 3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새 집주인 10명 가운데 3명이 30대였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주인이 됐다면 그래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33살 전모 씨, 4년 전 송파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차곡차곡 모으면 언젠가 내 집이 생길 거라 기대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전모 씨/5년째 전세 거주 : 12, 13년 만에 하나도 소비를 안 하고 월급을 다 모아서 살 수 있었을 정도의 아파트가 이제는 뭐 20년이 되어 버린…이제는 기회가 없을 거 같다라는…]

내 집 마련은 온 가족의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전모 씨/5년째 전세 거주 : 와이프랑 굉장히 많이 싸웠던 거 같아요. 꼭 여기 있었어야만 했나? 다른데 샀으면 안 됐나?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조차도. 그렇죠. 미안해하세요.]

36살 정모 씨도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쳤다고 자책합니다.

4년 전 전세살이를 시작했던 신혼집이 이제는 엄두도 못 낼 만큼 올랐습니다.

[정모 씨/5년째 전세 거주 : 그때 몇천(만원) 더 주고 샀으면 그게 제가 나올 때 거의 7억에서 8억 정도 됐으니까 2배 이상 올랐거든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나 계단이 될 수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게 아닌가…]

정씨는 세 번째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모 씨/5년째 전세 거주 : (집주인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신 상황이고요. 또 다른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물량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이들은 아무리 찾아봐도 이제는 내 집 마련의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빚내 집 사자" 광풍…정부 '합동대책' 뒤 집값 항상 올라

[앵커]

취재기자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탐사기획팀의 이새누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왜 3040의 이야기를 들어봤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이새누리 기자]

먼저 통계를 보시겠습니다.

지난 7년 동안 30대 가구주의 빚 부담은 약 100%, 배로 폭증했습니다.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는데요.

두 번째로 빨리 늘어난 40대와 합해 보면 부동산 급등 시대, 집 사기 위해 가장 분주히 움직인 세대가 바로 3040이었습니다.

[앵커]

이른바 영끌이라고 하죠. 영끌로 집을 사는 데 성공한 3040도 만나봤다면서요?

[이새누리 기자]

그렇게 빚을 끌어모아서 집을 산 사람들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소득 대비 빚 부담이 크다 보니까, 아무래도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A씨/서울 답십리동 : 소비 여력이 점점 줄어드니까. 예전보다 생활이 팍팍해지지 않았나.]

[앵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말들을 했습니까?

[이새누리 기자]

그렇습니다. 처한 상황들이 다 다르다 보니까 온도 차는 좀 있었지만요.

오래된 노후 아파트 개발을 촉진해서 공급을 늘리거나 또 교육이나 교통, 이런 인프라를 동반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어서 들어보겠습니다.

[김모 씨/경기 파주시 : 사람들의 의견은 교통해결 해달라. 제가 퇴근할 때도 버스 2~3대를 보내야 돼요.]

또 대출 규제가 너무 세져서 진짜 집이 필요한 무주택자가 자금 마련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였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결국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잖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합니까?

[이새누리 기자]

정부의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이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많이 얘기를 했었었는데요.

정부가 6, 7월 연거푸 대책을 내놓았는데 오늘 발표를 보면 지난달 대출이 더 크게 늘었잖아요.

특히 신용대출이 늘었는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지금 집을 사야 한다는 그런 조급증, 현장에서도 그대로 읽혔습니다.

저희가 분석을 해 봤는데, 정부가 합동으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게 6월까지 총 다섯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다섯 번 모두 한 달 뒤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올랐습니다.

경실련은 이런 학습효과를 끊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해서 가격을 낮추는 그런 공급방식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신뢰를 회복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새누리 기자였습니다.

(VJ : 김정용·김동진 / 영상디자인 : 정수임·신재훈 / 영상그래픽 : 김지혜·한영주·박경민 / 인턴기자 : 양지원·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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