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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낳은 반도체 노동자들…"엄마가 미안해"

입력 2020-07-16 21:22 수정 2020-07-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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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의료원의 간호사 말고도 태아 산재를 의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더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임신 중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유해 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합니다.

여성국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김은숙/전 삼성전자 온양공장 노동자 : 4시간 만의 진통 끝에 태어난 아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김은숙 씨는 1991년부터 7년 넘게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김은숙/전 삼성전자 온양공장 노동자 : 우리 아들은 대장 전체를 들어낸 '선천성 거대결장'이란 수술을 했어요.]

반도체 칩을 보호하기 위해 코팅하는 일을 했는데 임신 3개월째 일을 그만뒀습니다.

[김은숙/전 삼성전자 온양공장 노동자 : 너 태어나고 나서 한 달 후에는 사진들이 없어. 한 달 동안은 병원에 있었거든. 그러고 나서 한 달 후에 퇴원을 했는데 그때부터 사진들을 차곡차곡 쌓아놨는데.]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칩을 감싸는 재료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벤젠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은숙/전 삼성전자 온양공장 노동자 : 미안하다 아들아. 이게 배예요. 아니면 물고기가 지나가는 거예요.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큽니다.]

김희정 씨는 1995년부터 약 12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김희정/전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 애가 콩팥이 안 좋아서 약을 세 가지 먹고 있는데 두 가지는 혈압약이고요.]

판에 자외선을 쬐어 회로패턴을 그리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김희정/전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 거의 만삭 때까지 일을 했어요.]

유해 물질도 다뤘다고 합니다.

[김희정/전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 독한 냄새였어요. 할 때마다 작업자들이 냄새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배 속 아이에게 문제가 있단 말을 들었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희정/전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 초음파를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고요. 콩팥이 하나가 없고 소변 역류가 보인다. 큰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이들은 '일하는 환경이 아이 건강에 영향을 줬다'고 의심하지만, 지금의 법으로는 산재 신청이 어렵습니다.

산재 보상 대상이 노동자로만 한정돼, 태아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희정/전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 '엄마 나 왜 아프게 낳았어' 그럴 때 할 말이 없죠. 그냥 '미안해' 말밖에.]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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