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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기소'로 뒤바뀐 삶…"일·가족·명예 다 잃었다"

입력 2020-07-13 20:35 수정 2020-07-14 15:44

'위험한 칼' 기소 독점…삶에 큰 상처 입은 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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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칼' 기소 독점…삶에 큰 상처 입은 두 시민


[앵커]

뉴스룸은 검찰 개혁과 관련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주요 사건에만 주목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서, 현재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쓰이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은 검사의 기소로 인생에 큰 상처를 받은 시민 두 명의 얘기입니다. 한 중소기업인은 검찰이 기초적인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 재판에 넘긴 뒤로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이상엽 기자]

가족과 떨어져 산 지 9년째입니다.

벽과 창문에 빼곡히 적힌 건 사건 번호와 검사 이름입니다.

중소기업인이었던 김광은 씨의 원룸입니다.

영화 세트장 같습니다.

[김광은 : (가족이) 보고 싶죠. 2, 3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거의 9, 10년이 되어가네요.]

김씨 회사가 보유한 사진 필름 기술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가기술개발사업자로 나라에서 연구비 30억 원도 지원받았습니다.

[김광은 : 종업원 500명 전체가 똘똘 뭉쳐서 '진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고지가 바로 저 앞인데 우리 잘살 수 있고 부자 되겠다'…]

하지만 삶은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2011년 김씨 회사의 투자사 7곳이 김씨를 고소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겁니다.

[김광은 : 우리의 장밋빛 미래가 '바로 앞에 와 있구나' 싶었는데 어느 한순간에 피의자가…]

검찰은 김씨가 26억 원을 개인회사로 빼돌렸다며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수사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김씨가 빼돌렸다던 26억 원은 실제론 본사와 자회사간 거래한 돈이었습니다.

김씨는 검찰에서 회사 구조를 충분히 설명했지만, 검사가 무시했다고 말합니다.

[김광은 : 검찰이 기소한 이유가 자회사인 주식회사가 있는데 그 자회사를 저의 개인회사라고 오인을…]

고소인들이 냈다는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 서류'도 가짜였습니다.

수사 단계에선 전혀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항소심에 가서야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유죄라고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원심의 유죄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검찰 측 증인들의 거짓말을 잡아냈습니다.

고소인들이 김씨를 몰아내고 투자금과 수익금을 부정하게 가져가려 한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수사와 재판에 걸린 시간만 5년입니다.

[김광은 :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습니다. 감옥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위기에서 살아나왔고요.]

김씨는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세운 9명을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년간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끝냈습니다.

일과 가족, 시간을 모두 잃어버린 김씨는 다시 검찰청으로 갑니다.

누명을 씌운 사람들을 조사해주지 않는 검사들을 고소하기 위해서입니다.

■ "뇌물" 진술만 듣고 전 공무원 기소…결론은 '무죄'

[앵커]

37년 공무원 인생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린 사례도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뇌물을 줬다"고 거짓 진술을 했는데, 검사는 이 말에 따라 기소까지 했습니다. 법정에서 누명을 벗었지만, 잃었던 걸 되돌리기엔 늦었습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조보경 기자]

조규언 씨는 37년간 교정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은퇴 뒤엔 전남 순천에서 평화로운 삶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이 통화 이후 조씨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조규언 :(검찰에 갔더니) 영등포 교도소 총무과장에게 3000만~5000만 원을 줬다. 이런 진술이 나와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피의자 신문을 들어가겠다.]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A씨가 자신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서 털어놨다는 겁니다.

분양 사기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자신의 지인을 석방시키려고 돈을 건넸다는 겁니다. 

조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조씨를 기소했습니다.

서울과 순천을 오가며 1년 3개월간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조규언 : 사람들 만나러 들어가면 열심히 얘기하다 내가 들어가면 딱 그칩니다. 나부터도 그랬어요. TV에서 무슨 검찰이 어쨌다 그러면 '저 녀석 또 뭔가 있겠지' '뭐 100%는 아니라도 뭔가 있겠지' 이게 미치고 환장할 노릇…]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가 조씨 얼굴조차 기억을 못했고, 진술이 계속 바뀌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당시 수사기록을 봤습니다.

A씨는 처음 6번 조사에선 조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총무과장으로 지목하며 뇌물을 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당시 직제표를 보여주자 조씨에게 뇌물을 준 것 같다고 말을 바꿉니다.

진술 외에 다른 증거는 없었습니다.

[조규언 : 사건 기록을 복사해서 보니까 그때부터는 화가 나는 거예요. 이게 검사냐 어떻게 이렇게 엉터리로 했냐.]

조씨는 담당 검사를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각하했습니다.

민사 소송에서도 졌습니다.

"검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조규언 : 1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마라. 시골에 사는 필부들이야 삽질 한번 잘못해도 괜찮습니다. 다시 하면 되니까. 검사들 잘못하면 한 사람 인생이 바뀐다니까요.]

검찰은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수사와 기소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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