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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부를 땐 국가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 해군 사망, 재조사 국민 청원

입력 2020-07-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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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부를 땐 국가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 해군 사망, 재조사 국민 청원

● 죽지 않고 복무할 권리…21살 이형준 해군 하사의 죽음

JTBC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겐 '죽지 않고 복무할 권리'이기도 합니다. 뉴스룸은 청해진함을 타며 우리 바다를 지켰던 한 해군 하사의 죽음에 주목했습니다.
 

이형준 해군 하사는 2018년 11월 청해진함에서 사고를 당한 뒤 죽기 전까지 6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하사는 그 고통을 일기에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리를 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뼈 이식 수술을 앞둔 지난 4월, 만 21살 이 하사는 결국 숨졌습니다.
 
[취재설명서] "부를 땐 국가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 해군 사망, 재조사 국민 청원

● 청해진함 사고 추적…현직 해군 3명 "함장 실수로 사고났다"

취재진은 이 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날의 사고가 왜 일어난 것인지 추적했습니다. 사고 당시 청해진함에 탔던 해군 3명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현직 군인인 이들은 모두 "청해진함장이 실수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함장이 정박할 부두를 착각했고, 다른 부두로 후진하다 '홋줄 사고'가 났다"는 내용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도 군 생활을 해야 하고, 이번 공익제보로 해군 내부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다"며 불안해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취재설명서] "부를 땐 국가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 해군 사망, 재조사 국민 청원

[고 이형준 하사 해군 동료들 : (지휘관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합당한 처벌을 안 받았고. 이 친구의 억울함이 있으니까 그걸 좀 풀어주자 해서…]

하지만 해군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해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군 3명이 말한 내용 중 허위사실이 있다면 이들에 대해 법적 조치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계속했습니다. 취재진은 "관련 증거를 모두 공개해 사고의 진실을 밝히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당시 상황이 담겨있는 CCTV 영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보도 이후에도 해군은 "해군 3명의 증언은 잘못됐다.", "재조사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 징계 안 받은 청해진함 지휘관들…"사고 재조사해 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홋줄 사고로 인명피해가 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최영함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환영 행사 도중 일어난 사고라서 언론도 주목했습니다.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까지 꾸려져 진상규명에 나섰고, 함장 등 지휘관들은 감봉 등 정식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고 사실조차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청해진함 홋줄 사고는 해군이 자체 조사했습니다. 이후 지휘관들은 징계가 아닌 '경고'만 받았습니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최영함 사고와 달리 청해진함 사고는 사망이 아니라 부상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군 소령 출신인 김영수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은 "함장에 대한 책임도 면피해주고, 더 큰 건 해군이 이걸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가족도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취재설명서] "부를 땐 국가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 해군 사망, 재조사 국민 청원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사건이 이렇게 없는 듯 사라져버리는 것도 그렇고. 사람 목숨 하나가 이렇게 가치 없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꼭 (진실이) 알고 싶어요.]

JTBC 보도 후 '청해진함 사고를 재조사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참여 인원이 12일 오전 10시 기준 1만9천 명을 넘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 :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590340 국방부에도 재조사해달라는 탄원서가 접수됐습니다. 국방부는 재조사할지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군의 해명대로라면, 고 이형준 하사 동료 해군 3명은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현직 군인 3명이, 신원이 노출됐을 경우 발생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증언을 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취재진이 증언의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한 이유입니다. 동료 해군들의 증언과 해군의 공식 해명이 엇갈리는 만큼,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합니다. 유가족은 "해군이 셀프 조사를 하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재조사의 주체는 사고의 원인을 은폐했단 의혹을 받는 해군이 아니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구여야 할 것입니다.

"부를 땐 국가의 아들이고, 다치거나 죽으면 남의 아들이냐?" JTBC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반응입니다. 유가족도 인터뷰 도중 같은 얘길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취재진은 이 사건을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고 이형준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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