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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입력 2020-07-08 06:30 수정 2020-07-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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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이 의원 일가를 취재 중인 JTBC 탐사기획1팀 기자들이 취재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립니다. 방송 뉴스에선 다 말하지 못했던 세세한 것들까지 전해드립니다.>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 의원의 형, 이경일 씨입니다. 현재 이스타항공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JTBC는 '편법증여'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이경일 씨를 인터뷰한 유일한 언론입니다. 6월 29일 인터뷰 보도에 다 담지 못한 얘기,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실체 없는 이스타항공 2대 주주, 비디인터내셔널
 
[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이스타항공 지분 구조도. 비디인터내셔널은 이상직 의원 자녀가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이은 2대 주주다.

취재진은 이 대표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법인 등기에 적힌 본사 주소지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사무실이었습니다. 찾아간 곳엔 이스타항공 본사가 있었습니다. 간판도, 형식적인 사무실도 갖추지 않은 페이퍼컴퍼니였던 겁니다. 사무실엔 이스타항공 직원들만 있었는데, 그들은 비디인터내셔널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이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비디인터내셔널 자체가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웠기 때문에, 대표가 어디 있는지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성사된 이 대표의 인터뷰. 취재진은 처음부터 당혹스러웠습니다. 주요 기업의 대표라기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기 때문입니다.

<JTBC 기자와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의 전화통화 내용>

기자 = "지금도 비디인터내셔널 대표를 맡고 계시잖아요?"

이경일 대표 = "그것도 오래돼 가지고 지금 잘… 제가 지금 어떻게 돼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활동하고 그런 상태가 아닐 거 같은데. 지워야 하는데 안 지우고 있는 거 같아요, 그게."

기자 = "아니, 대표님 거기 비디인터내셔널이 지금 주요 주주로 이스타항공에 참여하고 계시거든요. 모르셨어요?"

이 대표 = "네, 지금 전혀 뭐 내가 그런 것을 관여를 않다 보니까 전혀 모르겠어요. 모르겠고… 제가 지금 아는 게 없습니다."


이상직 의원은 딸과 아들의 주식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헌납이 이뤄진다면, 이경일씨가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지분 7.7%)은 최대주주가 됩니다.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바로 그런 회사의 대표 입에서 나온 겁니다.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에 이어 형 이경일 대표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실소유주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스타항공은 누구 거냐고 물어야 할 때"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JTBC의 이경일 인터뷰는 이상직 일가 사안이 '편법 증여 의혹'으로 규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JTBC 보도 후 여러 언론이 이경일 씨 인터뷰를 직접·간접 인용한 것은 이를 방증합니다. 사안이 심상치 않음을 모두가 알게 된 인터뷰였습니다.
 
[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친인척들의 명의를 총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습니다." (김원용 변호사)

이경일 대표뿐 아니라 이 대표의 부인 역시 새만금관광개발 감사 등 그룹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이 대표의 자택도 찾아가 봤습니다. 이 대표의 부인은 "남편하고 (이야기) 하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상직 의원 아들 골프 코치에 7천만원, 전 부인 채용해 수억대 지급"

앞서 지난달 29일 취재팀은 이 대표가 동생 이상직 의원 일가를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다녀온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겁니다.
 
[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6월 29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의 판결문. 이경일 대표는 횡령ㆍ배임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상직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7천만 원 넘는 돈을 줬습니다. 이 의원의 전 부인을 임원 혹은 직원으로 등록해 4억 원 넘는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회삿돈 수백억 원을 이 의원 관련 회사에 지원하면서 자신이 경영한 회사엔 큰 피해를 줬습니다. 여기엔 상장기업도 포함돼 있었는데, 자연스레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벌은 형이, 거의 모든 이익은 동생 이상직에"
 
[취재설명서] ④ '2대 주주' 이상직 형 "내가 왜 아직 대표로 돼 있죠?" ▲6월 29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의 판결문 일부. 해당 범죄로 인해 “동생 이상직이 대부분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여러 차례 판시돼 있다.

판결문엔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이익은 피고인의 동생인 이상직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이경일 대표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물었습니다.

<JTBC 기자와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의 전화통화 내용>

기자 = "혹시 이 의원님 아드님 골프 코치를 직원으로 등록해서 월급 보내주고 이런 사실 없으십니까?"

이경일 대표 = "그런 건… 그때 모든 게 다 해결해서 끝났습니다. 끝났고요. 그때 제가 경영을 잘못했던 건 그걸로 다 끝났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이야기하고 논의할 땐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 "눈에 띄는 게 전부 다 이상직 의원님 혹은 이상직 의원님 가족을 위해서 다 하셨던데,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는 하시진 않으셨잖아요?"

이 대표 = "(제가) 경영을 잘못해서 모든 게 이뤄진 문제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이렇게 새삼스럽게 이야길 하면 안 되고요. 다 끝났기 때문에. (중략) 제가 관여를 안 해요. 저는 관여를 안 해서 아는 게 없습니다."

기자 = "그럼 이상직 의원님과는 전혀 무관하게 그렇게 하셨던 거예요?"


이 대표 = "다 끝났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들추지 마시고요. 다 무관하고. 다 모든 게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은 맘도 없고요. 이야길 해서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요새 모든 일은 제가 관여하는 바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잘 해결이 되기만을 바라는 것뿐이에요."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도, 형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도, 이스타항공의 1·2대 주주가 모른다고만 하는 상황. 취재진은 한 회계사가 남긴 질문을 다시 던지려 합니다.

"정말로 두 자녀가 스스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질문 하나를 추가합니다.

"이상직 의원의 형, 이경일 씨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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