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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세계] '성소피아 박물관', 이슬람 사원 전환 추진 논란

입력 2020-07-06 09:57 수정 2020-07-06 12:05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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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출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앵커]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터키 이스탄불의 최대 관광 명소이자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으로 꼽히는 성 소피아 박물관이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터키 최고 행정법원이 이달 중순쯤 성 소피아 박물관의 지위 변경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노라" 서기 537년 동로마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 누스 1세가 성 소피아 성당을 완공한 직후 그 아름다움이 솔로몬이 지은 성전을 능가 한다면서 외친 말입니다. 이후 성 소피아 성당은 약 900년 동안 기독교 정교회의 총본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1453년 오스만 제국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동로마 제국을 멸망 시키면서 성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됐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500년 가량이 흐른 뒤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터키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성 소피아 성당은 다시 변화를 맞았습니다.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1934년 성 소피아를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후 성 소피아 박물관은 터키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이자 연간 약 400만 명이 방문하는 터키 최고의 관광 명소로 거듭났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과 교황의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성 소피아 박물관을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슬람 교도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성 소피아 박물관 내부에서 이슬람 기도를 하고 이슬람 사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하면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슬람 교도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 소피아 박물관을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했습니다. 지난해 3월 지방 선거 유세 현장에서는 성 소피아 박물관의 이슬람 사원 전환을 언급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얼마 전에 그들이 성 소피아를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바꿨습니다. 바라건대, 선거가 끝난 후 우리는 성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바꿀 것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29일에는 콘스탄티노플 함락 567주년 기념식을 성 소피아 박물관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성직자가 성 소피아 박물관 내부에서 쿠란을 낭독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영상으로 지켜보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터키 정부가 성 소피아 박물관의 이슬람 사원 전환을 본격 추진하면서 전 세계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세계총대주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바르톨로메오스 1세/세계총대주교 : 성 소피아가 모스크로 바뀌게 되면 전 세계 수백만명의 기독교인들을 실망시킬 것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터키 정부는 성 소피아 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는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달, 성 소피아의 지위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고. 최종 결정을 이번 달 중순 안에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연결해보겠습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안녕하십니까?] 
  
[앵커] 
  
성소피아박물관의 이슬람 사원 전환에 대해서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터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소피아박물관이 갖고 있는 의미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지금 온 세상이 이제 전쟁과 갈등으로 야단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그런 면에서 성소피아성당은 현재 기독교와 이슬람이 한 종교시설에 공존하는 인류 상생 문명의 모범사례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될 가치 같고요. 또 건축적인 면에서도 6세기 비잔틴 건축의 압권으로 항상 세계 신 7대 불가사의 으뜸으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인류 문화유산입니다. 그래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요. 물론 역사는 말씀하셨다시피 960년 이상 성당으로 사용되었고 1054년 동서교회가 분리된 이후에는 그리스정교회의 총본산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오스만 터키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고 비잔틴이 멸망하면서 500년 가까이 이슬람사원으로 사용돼 왔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제 초대 대통령이 성소피아성당 특별법으로 박물관으로 지정하면서 지금까지 그 안에서는 어떤 일체의 종교행위가 금지되어 왔던 것이 하나의 관행이었습니다. 이게 다시 모스크로 환원된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대한 도전이고 또 공정과 상생의 가치를 지켜온 성소피아성당의 문명사적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전 세계 비판에도 불구하고 터키 정부 성소피아박물관의 이슬람 사원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을까요.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현재 터키는 이슬람 정당 출신의 레제프 에르도안기 대통령이 18년 장기집권하면서 갈수록 이슬람화 성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친서방정책을 전통적으로 추구하던 터키 정부가 최근 미국은 물론 이웃 그리스와 유럽 국가와 관계도 최악을 치닫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서 지금 약 4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끌어안고 있고 최근에는 리비아 내전에까지 개입하면서 군대를 파병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고 이런 잘못된 개입 정책과 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서 이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관광객이 급감하고 경제난 가중으로 현재 지지계층을 묶어두고 정치적 비판을 잠재우려는 국내 정치적 계산이 강하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터키의 군부 쿠데타 진압 4주년이 되는 날이 오는 15일이잖아요. 이날 터키 법원이 결론을 낼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현재 터키 현지의 여론은 어떤지 궁금하고요. 터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현재 최고행정법원의 심의는 끝났고요. 결론은 나 있는데 공표를 15일 이내에 하게 되기 때문에 아마 15일 전후로 나올 것 같습니다. 현재 일부 야당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터키 국민 대다수는 모스크로의 환원 결정은 터키 주권 문제이고 국내 문제기 때문에 서구의 간섭이 부당하고 잘못되었다는 입장이 지금 다수 여론인 것 같습니다. 물론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 문제는 행정소송 심의 결과에 따라서 우리가 결정나겠지만 현재 지구촌 전체의 반대 여론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 모스크 전환은 단계적으로 수위 조절을 할 것 같습니다, 터키 정부가. 다만 성소피아 성당이 터키 고유한 유산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또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 성소피아성당 내에서 예배를 진행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종교의식을 행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희수 한양대 교수였습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터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 곳의 상징인, 성 소피아 박물관은 동·서양은 물론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면서 종교 화합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왔습니다.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담고 있는 성 소피아 박물관은 전 세계가 나서서 보존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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