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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전국 돌며 '찰칵'…정겨웠던 분교의 추억

입력 2020-07-0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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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짧게는 10년, 길게는 2, 30년 전 분교의 모습입니다. 공교롭게도 감염병으로 비워둔 요즘 교실 풍경과 닮아 보이죠. 학교 가는 길조차 맘 놓을 수 없게 된 지금, 지금은 없는 이 작은 학교들은 어떤 이야기를 우리한테 건네고 있을까요.

강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영화 '선생 김봉두' 2003년 : (서울로) 전학 가면 선생님도 못 보고 우리 학교에도 못 오잖아요]

울퉁불퉁 산길에, 개울가 징검다리쯤은 가뿐히 넘고 배 타고 노 저어 강까지 건너 자전거를 또 갈아타야 겨우 도착해도 매일매일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몇 학년 몇 반 대신 동생 반, 형 반으로 나눠 쓴 교실은 전교생이 다 모여도 여전히 큼지막해서 따라온 동생이 여기저기 부지런히 휘저어봐도 선생님과의 일대일 수업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학년이 달라 떨어져 앉은 것뿐인데, 요즘 교실마다 힘겹게 펼쳐지는 '거리두기' 풍경과도 겹쳐 보입니다.

까맣게 타버린 감자 한 알도 함께 나눠 먹는 아이들에겐 우체부 아저씨도 편지만큼 반가운 축구 친구입니다.

크든 작든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있을 거라 생각한 학교가 사라져 간다는 소식에 사진가 강재훈 씨는 30년 동안 100곳 넘는 작은 학교를 찾아다녔습니다.

'나홀로 방학식' 겸 폐교식을 하던 23년 전 혜진이 모습은 가장 마음 시린 장면입니다.

[강재훈/사진가 : 전혀 모르는 거예요. 이 학교가 문을 닫는지. 사진 찍고 나서도 혜진이가 이렇게 물어봤어요. '선생님, 내일도 학교 와요?]

1982년부터 시작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지금까지 이런 분교 2500여 곳이 모습을 감췄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경제 논리에 사라진 작은 학교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강재훈/사진가 : 충분히 여유 있고 사회성 있고 서로 위하고 살피는 아이들 교육을 이제는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화면제공 : 사진가 강재훈)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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