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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세계] 필리핀 '초법적 처형' 논란…최소 8600여명 피살

입력 2020-07-02 09:08 수정 2020-07-02 11:11

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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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앵커]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처형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마약 용의자를 재판 없이 현장에서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인 처형을 계속해서 밀어붙였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 4년 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최소 8600여 명이 피살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 희생자는 2만 7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생후 20개월 된 아이도 있었고 당국자에 의한 살인 행위를 목격했다는 이유로 피살된 7살 소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30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필리핀이 스스로 인권 침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유엔 진상조사 위원회 구성 등 국제 사회가 책임을 묻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필리핀 법무장관은 자체 조사를 성실히 진행하겠다고 답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성과도 인정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메나르도 게바라/필리핀 법무부 장관 : 우리 대통령은 마약이 없는 필리핀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하여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안전하며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선거공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했습니다. 취임 후 4년이 지난 지금, 두테르테 대통령과 그의 마약 반대 운동은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처형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있는 북부 루손섬에 봉쇄령이 계속되던 지난 4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엄격한 격리조치를 강조하면서 어기면 사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우리는 준비돼 있습니다. (코로나19 봉쇄 상황에서) 총격전이나 살인 등
문제를 일으키면 주저하지 않고 군인들이 당신을 쏠 겁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초법적 처형 방식을 비판하는 언론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비판 기사를 지속적으로 써서 '두테르테 저격수'로 불려온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지난달 15일,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이 확정되면 최대 6년 이하 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기자협회는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마리아 레사 기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마리아 레사/필리핀 언론인 : 모든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것은 단지 우리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필리핀 시민으로서 갖는 모든 권리의 토대가 됩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처형문제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해서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8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처형 문제가 필리핀 현지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지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동엽/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안녕하십니까?]

[앵커]

실제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요. 지지율은 80%를 넘기는 등 매우 높은 편이잖아요.

[김동엽/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그렇습니다. 필리핀 대통령 임기가 6년제인데 지금 이제 5년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인다는 것은 전 정권에 비해서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필리핀 국민들이 마약과 같은 아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극단적인 처방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필리핀 정치의 구조적인 특징이 있을까요.

[김동엽/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물론 여러 가지 시민사회단체나 이런 데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필리핀 대통령은 아주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권력의 어떤 기반이 되는 것은 예산집행권인데 그중에서 한 90% 이상이 중앙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개발예산을 확보하려는 정치인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 예산집행권이 활용되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정당정치가 제대로 발달돼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중간선거가 있었는데 그때도 상원의원 선거에서 12명을 뽑는데 9명이 친두테르테 성향이었고 295명을 뽑는 하원선거에서도 245명이 친두테르테 성향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대통령 권한과 의회 권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UN인권이사회에서는 필리핀 자체 조사에서 인권침해를 근절할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걸 고려하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필리핀 자체조사에서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세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엽/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일단은 두테르테 대통령 임기 내에는 힘들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서 나타나는 인권문제를 장기적으로 필리핀의 미래를 위해 감당해야 될 희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생각에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외부에서도 조사를 하려고 하는데 필리핀 정부는 이러한 외부 조사단들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사나 조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인권문제에 대한 조사나 처리문제가 결정될 그런 미래가 그렇게 예측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엽 부산외대 교수였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징벌자, 처형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필리핀 국민들 가운데 78%가 본인이나 지인이 초법적인 처형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높은 지지율 그 이면에 필리핀 국민들의 공포도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침&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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