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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희 사건', 의료법 위반 빼고 재판 넘긴 검찰…유가족 "검사와 유착 의심"

입력 2020-06-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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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검찰 내부의 공방보다 저희가 더 주목한 건 시민들과 관련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오늘(30일)부터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오늘 전해드릴 사례는 수술을 받다 숨진 권대희 씨 사건입니다. 전문기관들은 의료진이 의료법을 어긴 정황을 파악했지만 검찰은 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봐주기 수사'였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25살 권대희 씨는 2016년 9월 성형수술을 받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과다출혈이었습니다.

2018년 JTBC는 이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렸습니다.
 
권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수술실 CCTV 영상입니다.

권씨는 수술 중 3500cc의 피를 쏟아냈습니다.

수혈은 없었습니다.

의사는 다른 수술실을 오가며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했습니다.

수술이 끝나면 수술실엔 간호조무사만 있었습니다.

의료전문기관 6곳에서 12번의 감정이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의사의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긴 건 적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지난해 경찰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의사 3명, 간호조무사 1명을 검찰에 보냈습니다.

검찰은 1년 가까이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담당 검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사 3명만 재판에 보냈습니다.

의료법 위반 혐의가 빠졌고 의료전문기관의 감정과 경찰 수사를 뒤집은 겁니다.

간호조무사는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단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에 불기소가 타당한지 재정신청을 냈습니다.

대검찰청엔 사건을 담당한 A검사의 감찰을 요구하는 진정도 낼 예정입니다.

권씨는 경희대학교 홍보대사였습니다.

[고 권대희 씨 : 제게 '희랑'은 나중에 내가 서른 살이 되면 20대 때 이것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입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됐습니다.

그 안엔 권대희 이름 석 자가 남았습니다.

[이나금/고 권대희 씨 어머니 : '내가 너 죽음 헛되게 하지 않겠다' 매일 내가 약속해요. 기도하면서…]

[앵커]

담당 검사는 "의사는 사람을 죽인 건 겁내지 않는다. 의료법 위반을 겁낸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유족들은 이 말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의료법 위반을 빼면서 의사들은 여전히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의사 측 변호사와 검사가 친구라는 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박진규 기자입니다.

[기자]

유족은 A검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나금/고 권대희 씨 어머니 : (검사가) 의사들은 사람 죽인 것에 대해선 겁을 내지 않는다, 의료법 위반을 겁낸다고. (의료법을 어긴 게) 대희가 죽음으로 가게끔 유도한 매개체와 사망 원인인데…]

A검사는 여러 증거물을 살펴봤습니다.

7시간 30분 분량의 수술실 CCTV와 의료전문기관 6곳의 12차례 감정도 있었습니다.

의료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넘친다고 유족은 말합니다.

A검사도 이런 수술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공소장에 썼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게 왜 중요한지도 말했습니다.

[A검사 (2019년 6월 피해자 조사) : 의료법 위반은 원장 OO와 마취의 OOO가 볼 때 굉장히 커요. 이 사람들 면허정지 또는 영업정지 되거든요. 그럼 병원 문 닫아야 해요. 벌금 30만원만 나와도…그래서 이런 것들을 되게 무서워해요, 의사들이.]

그럼에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를 뺐습니다.

JTBC는 이 사건과 관계없는 변호사 3명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하나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수사"라고 답했습니다.

A검사와 성형외과 측 변호사는 서울대 의대와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A검사 (2019년 3월 피해자 조사) : 대학교 동기인데…이게 뭐 변호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뀔 사건은 아니라서요. 사실 그런 의심 때문에 더 세게 하는 경향이 있어요.]

유족은 "친구 사이여서 벌을 받더라도 병원 문은 열게 해준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A검사의 입장을 취재진에게 대신 알려왔습니다.

"특정 시점의 조치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반드시 동일하거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소된 3명은 여전히 의사로 활동 중이고, 이 성형외과는 지금도 환자를 받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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