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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된 해군 사망…동료들 "청해진함장 실수로 사고"

입력 2020-06-3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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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 두달 전 숨진 스물한 살의 해군에 주목하겠습니다. 이형준 하사입니다. 이 하사는 2018년 11월, 우리 해군의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에서 큰 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에 시달려 왔습니다.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놓고 지역 언론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당시 청해진함에 탔던 해군들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해군 동료 (음성변조) :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제일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버리니까.]

묻혀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겁니다.

우선 이 하사가 사망한 직후 해군 측이 유족에게 내놓은 반응, 정해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8년 11월 작성된 해군 '안전사고 발생 보고' 문건입니다. 

청해진함이 포항항에 들어가다가 정박용 밧줄인 홋줄이 이형준 하사의 다리를 감아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이 하사는 양발이 모두 골절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후유증으로 6번의 수술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피부도 다 잘려 나가고. 안에 뼈 하나 살아남은 게 없이 다 어그러져 있었어요.]

이 하사는 7번째 수술을 앞둔 지난 4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태진/고 이형준 하사 사촌형 : 몸이 완전히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날도 아침에 출근하려고. 멀쩡하게 일어나서 통화하다가 갑자기 '픽' 자빠져 버렸는데.]

당시 해군 군사경찰 보고서엔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군의관 소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군 측은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4월 말, 유가족에게 이 하사의 죽음과 사고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군 8전단장(준장) 녹취 : 홋줄 사고하고 이건 별개예요 아버님. 정확하게 알고 계세요. 홋줄 사고는 최초에 그냥 있었던 거고. 이 사망사고는 별개의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해군은 유가족에게 한 말과는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8전단장의 말은 해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사고와 죽음 간에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망 후 두 달이 지난 지난주 금요일, 이 하사는 순직 처리됐습니다.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제대로 마음 놓고 군대를 보낼 수 있겠냐고. 이런 식으로 군대 가서 비참해지면 누가 군대를 보내겠어요. 다 불쌍하지.]

[앵커]

그렇다면 그 날의 사고는 왜 일어난 걸까. 당시 청해진함에 탔던 현직 해군 3명이 저희 취재진에게 어렵게 털어놓은 말은 이렇습니다. "함장의 잘못된 지시로 사고가 났는데도 해군이 책임을 피하고 있다", "꼭 진실이 규명돼서 전우의 억울함이 풀렸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당시 청해진함에 탔던 해군 3명이 공통으로 증언한 사고 당시 상황입니다.

당시 청해진함은 포항항 6부두에 정박할 준비를 하며 배 밖으로 홋줄을 내렸는데, 원래 정박하기로 한 곳은 6부두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A·B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원래 7부두로 가야 했었는데 함장이 (판단을) 못하고 6부두로 들어갔었고. 그때 홋줄은 이미 나가 있었던 상태고.]

함장은 후진을 지시했는데, 이때 홋줄을 배로 다시 넣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겁니다.

결국 엔진이 작동하면서 물속에 잠겨있던 홋줄이 스크루에 감겼습니다.

[C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홋줄은 빠졌는데 프로펠러가 작동하니까, 후진하니까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죠.]

홋줄은 스크루에 감기면서 급격히 팽팽해졌습니다.

이곳 청해진함 뒤편에서 홋줄 작업을 하던 이형준 하사가 팽팽해진 홋줄에 양발이 감기면서 다치게 된 겁니다.

[A·B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홋줄이) 형준이 머리를 '탁' 치고 가서 그때 기절하고. '초크(홋줄 나가는 구멍)'에 형준이 몸이 반 정도 끼었어요.]

한 해군은 "함장이 이례적으로 후진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C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속도를 좀 천천히 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무리하게 빠르게 가서 더 빨려 들어간, 홋줄이 빨려 들어간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고.]

취재진은 당시 함장에게 '입항할 부두를 착각했는지, 또 후진 지시를 할 때 홋줄이 내려가 있던 사실을 몰랐는지'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해군은 "함장이 입항할 부두를 착각한 적이 없고, 후진 과정은 정상적인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군 3명은 모두 "공식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B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배 안에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그런 걸 거짓말하네요. 저 사람들도 알 건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신분이 노출될까 두렵지만, 감춰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A·B씨/해군(당시 청해진함 탑승) : (지휘관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합당한 처벌을 안 받았고. 이 친구의 억울함이 있으니까 그걸 좀 풀어주자 해서…]

[앵커]

취재진이 입수한 해군의 내부 문건들에는 함장의 잘못된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채윤경 기자가 보도를 이어갑니다.

[기자]

사고 두 달 뒤 청해진함 상급부대, 해군 특수전단이 작성한 문건입니다.

이형준 하사가 공무 중 다쳤다는 걸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발목에 홋줄이 감기며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 있을 뿐, 사고 원인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김영수/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 (전 해군 소령) : 이형준 하사가 마치 (본인이) 잘못해서 안전사고가 발생이 됐다는 것으로 명백하게 읽히는 거예요. 누군가 책임자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나와야 되는데…]

취재진은 사고 발생 직후 청해진함 부대가 작성한 보고서도 입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고가 일어난 이유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김영수/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 (전 해군 소령) : 상급부대에 보고할 때 핵심적인 걸 빼먹었잖아요. 보고서만 놓고 보면 명백하게 축소하고 은폐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죠.]

지난해 12월, 이 하사는 사고 원인이 구체적으로 담긴 해군 작전사령부 조사결과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조사 결과 공개는 제한된다"며 거부했습니다.

[이봄/고 이형준 하사 누나 :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도 자기는 알고 싶다고. 자기 잘못으로 혹시 돼 있는지. 전화해서 열람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왜 열람하려고 하냐 이러면서…]

해군은 유가족에게 "해당 보고서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CCTV 영상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연옥/고 이형준 하사 어머니 : 사건이 이렇게 없는 듯 사라져버리는 것도 그렇고. 사람 목숨 하나가 이렇게 가치 없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꼭 (진실이) 알고 싶어요.]

동료 해군들의 증언과 해군의 공식 설명이 엇갈리는만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영상취재 : 손준수·김동진·이병구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영상다자인 :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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