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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자리 뺏긴 수요집회…자리 뺏은 맞불집회

입력 2020-06-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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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 수요집회는 처음으로 소녀상에서 좀 떨어진 데서 열렸습니다. 보수단체가 집회 신고를 먼저 해서 원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한쪽에선 수요집회, 한쪽에선 맞불집회가 열리는 모습을 소녀상은 말없이 지켜봤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옛 일본대사관 터를 마주보고 있는 이곳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 1000번째 수요집회를 맞아 세워진 건데요.

그런데 지금은 반경 2m로 질서 유지선이 설치돼 있습니다.

구청 측에서 시설 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인데요.

집회 하루 전인 어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소녀상을 둘러싸고 대학생들이 앉아있습니다.

아래쪽을 자세히 보니 소녀상과 서로 몸이 묶여있습니다.

현수막으로 만든 끈입니다.

매주 수요집회가 열리던 자리를 보수단체가 먼저 신고해 가져가고,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자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연좌 농성에 들어간 겁니다.

[이곳은 수많은 할머니의 원한이 담겨 있는 장소이며 감히 당신들과 같은 시정잡배들이 이곳에 와서 넘볼 소녀상이 아닙니다.]

바로 옆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 저 학생들 공부나 열심히 하지 이거 나와서…쟤네들이 무슨 사과를 받아요? 지네들이 할머니한테 사과를 해야지. 30년 동안을 진짜 앵벌이 시킨 거 아니에요?]

이들은 다음 달 중순까지 소녀상 앞 집회 자리를 신고해두었습니다.

[너희들이 게을러서 우리가 1순위 자리를 차지한 거야. 우리 집회 대기하는 사람 네 명, 다섯 명밖에 안 돼.]

집회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고 있는데요.

양측 모두 아침 9시까지 신고를 해 놓은 상태여서 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예정입니다.

고성과 야유가 오가고, 서로의 집회 장소로 난입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긴장감은 수요집회 24시간 전인, 23일 정오부터 감돌았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집니다.

말싸움도 끊임없습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 오늘 거기 앉아 있으면 아르바이트 비용 더블로 주는 거야? 어린놈들이 열심히 땀 흘려서 일해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수요집회 참가자 : 1638일째 밤을 새우면서 지키는 학생들이에요. 할머니들이 그 시절에 어린 소녀가 자발적으로 매춘하러 갔다, 이게 말이나 되는 거예요? 일본놈들이 이야기하는 거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인근 호텔 투숙객이 집회를 중단하라고 항의하던 중 싸움이 붙기도 합니다.

[김형찬/시민 : 쭉 해오던 자리를, 꼭 이 자리에서 하겠다는 거는 어떠한 진영논리로 다 시비를 거는 것밖에는 안 되는 거.]

경찰이 연좌 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며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청년 학생 본부 여러분께 3차 해산 명령합니다.]

대학생들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수요집회 시작 전인 오늘 오전, 손 피켓을 든 대학생들이 일렬로 늘어섰습니다.

[강희주/대학생 : 몇십 년 동안 수요시위를 진행해온 곳인데 여기서 (보수단체가) 집회할 수 있게 허가를 해줬다는 얘기를 듣고 수요시위가 사라지지 않게 지키려고 나왔습니다.]

[장유진/대학생 : 인권운동가 할머니분들도 거기 속해서 운동했던 주체적인 공간이잖아요.]

1445번째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변함없이 집회는 진행되고 있지만 장소는 조금 달라졌는데요.

기존 소녀상 앞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소가 달라진 건 28년 만에 처음입니다.

양측 집회에서 각기 다른 구호가 터져 나옵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사죄하라.]

[소녀상을 해체하라. 정의연을 해체하라.]

가운데 있는 소녀상이 완충 지대가 됐습니다.

집회는 끝났지만 대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서 밤을 새울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밤을 새울 것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킨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VJ : 최진 /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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