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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넘는 선별진료소, 에어컨도 없다…정부 예산 끊겨

입력 2020-06-09 20:22 수정 2020-06-11 10:15

병원 선별진료소 '에어컨 설치비' 3차 추경안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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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선별진료소 '에어컨 설치비' 3차 추경안에 없어

[앵커]

오늘(9일) 학교 운동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던 보건소 직원 세 명이 쓰러졌습니다. 더위 때문입니다. 더 취약한 곳은 밀폐된 선별진료소입니다. 지난달에 이미 간호사가 쓰러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 결과 에어컨을 놓으려고 해도 정부의 선별진료소 예산은 지난주부터 집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보건복지부가 낸 선별진료소 지원 사업 계획서입니다.

1월부터 3월까지 쓴 비용에 대해 예산 233억 원을 지원하겠단 내용입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예산 지원이 지난주 중단됐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 비용을 청구한 병원에 161억 원이 지원됐고 현재 72억 원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비용 대비 50억 원 넘게 부족하단 계산이 나오자, 나눠줄 병원을 심사한다며 예산집행을 멈춘 겁니다.

현장 간호사들은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라도 더위부터 막아야 견딜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에어컨 지원 지침은 현재 검토 중"이라며 "언제 얼마만큼 지원할 수 있을지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더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고 지적합니다.

기상청은 지난달, 올여름 33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평년의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정부 역시 지난 3월 냉방기 비용의 70%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예산 항목은 3차 추경안에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바이러스 투과를 막는 특수 필터 에어컨의 설치비는 많아야 300만 원 정도입니다.

최근 더위로 실신한 선별진료소 간호사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고 말합니다.

[A씨/간호사 : 갑자기 더워질 시기였는데 에어컨도 없어서 (쓰러졌어요.)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산소포화도도 떨어지고 숨을 못 쉬어서 쓰러졌나봐요. 그 이후 (선별진료소에 또 들어갔는데) 30분 뒤 또 과호흡이 와서 병원으로 바로 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인천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검사 지원 업무를 하던 보건소 여직원 3명이 탈진해 쓰러졌습니다.

이들은 급히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 바이러스·폭염 '2개의 전선'…포위된 간호사들

[앵커]

지금 선별진료소의 상황은 어떤지,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간호사들 사이에선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라 지금 더위와 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어서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중소 종합병원 선별진료소입니다.

코로나 의심 환자가 찾자, 의료진은 곧바로 레벨D 방역복을 입습니다.

[황일찬/의사 : 밀착해 입어야 하고, 확인하면서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신경 써야 합니다. 움직임이 많아 땀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3평 남짓한 곳엔 음압시설만 있을 뿐 에어컨은 없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후 2시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30분가량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기온이 40도가 넘어섰습니다.

[김영주/간호사 : 땀이 스며 나오죠? 고글 쓰는 거 자체가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잘 안 돼요. 이걸 15분 이상 쓰고 계시면 머리가 아프실 거예요.]

의료진과 취재진의 체온을 재봤습니다.

39.2도까지 나옵니다.

[김영주/간호사 : 너무 더워 혹시 저희끼리 쓰러지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열사병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그렇다면 에어컨이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어떨까.

의료진 체온은 37.7도, 내부 기온은 27도였습니다.

보건복지부 등이 에어컨 설치에 대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아, 취재진이 경기도 종합병원 선별진료소 61곳을 무작위로 조사해봤습니다.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41곳, 설치되지 않은 곳이 20곳이었습니다.

지방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사정은 더 나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박지혜/인천백병원 간호사 : 더워서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서 나갈 정도로 많이 버거울 때도 있고요. 지치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에어컨이 있어도 사실 굉장히 더워서 지금 제 입 주변에 땀이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간호사 4명 중 1명은 레벨D 방호복 입고 4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평균 2시간 이상 근무하는 간호사도 절반이나 됐습니다.

뙤약볕 아래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오래 있을 경우 열사병이나 탈진이 와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조정숙/대한간호협회 홍보위원장 : 간호사 사이에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라 더위와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쓰러지게 되면 과연 진료소를 비롯해 환자 등을 누가 돌볼 것이냐.]

(VJ : 손건표·김정용 / 영상디자인 : 김충현·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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