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JTBC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지를 닷새 전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숨진 김성인 씨의 사례를 통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어제(25일)는 김씨가 숨지기 전날까지 노동부가 했던 특별감독의 실태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문제점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김성인 씨 사망 이후의 문제입니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구역의 작업을 멈추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그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중공업 선박 내부의 작업 모습입니다.
용접 중 나온 먼지가 사방에 날립니다.
내부는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이 작업 현장에 들어가려면 좁은 입구부터 통과해야 합니다.
[A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밀폐공간이라고 해 놓고 거기에 대해 대처를 하고 작업을 하게끔 해줘야 하는 상황이 맞죠. 유독가스하고 철판하고 먼지부터 해서…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눈도 맵고.]
작업장 입구에도 '질식 위험'과 '밀폐된 구역'임을 알리는 경고장이 붙었습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21일 김성인 씨가 파이프 안에서 숨진 후 현대중공업 내 밀폐공간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해당 작업장의 안전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여러 명이 들어가서 용접 작업을 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산소 포화도 떨어지거든요. 다 질식이 되어요. 관리도 안 되고.]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어제부터 작업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합니다.
질식 위험을 강조하는 경고장들도 떼라고 했단 겁니다.
[A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이걸 왜 떼냐, 그런 거는 묻지 말고 그냥 작업만 하라고 이야기를 해요.]
노동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나눈 대화에선 "용접물량을 맞추라고 한다", "이러니 사고가 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노조는 어제 사측에 작업중지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노동부에서 작업중지권이 들어오니까 (경고장을) 뗀 거죠. 작업을 진행하려고.]
현대중공업은 "해당 구역은 사고 이전부터 밀폐공간으로 지정하지 않아 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질식 위험 경고장을 떼라고 했단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