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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확진자 보도에 언급된 '성적 지향', 꼭 필요한 정보?

입력 2020-05-07 21:25 수정 2020-05-0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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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7일) 종일 온라인에서 인기 검색어에 성 소수자와 관련한 단어들이 올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알린 기사에 언급됐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부각해서 보도하는 게, 방역이나 국민 알 권리에 득이 될 게 있을까요? 따져봤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공개한 동선에 그 내용이 포함된 건 아닌 거죠?

[기자]

아닙니다. 발단은 오늘 아침 7시쯤에 온라인에 올라온 한 일간지 기사였습니다.

이태원의 한 클럽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지한 그 내용을 근거로 해서, '단독'이라면서 "성 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 확진자가 다녀갔다" 이런 점을 부각했습니다.

이후 온라인에는 이 확진자의 성 정체성을 근거 없이 재단하고, 엉뚱하게 비방하는 글이 많이 퍼졌습니다.

우리 '감염병예방법'에는요, 필요한 경우에는 확진자 동선 정보 같은 개인정보를 최소 한도 내에서 공개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지나치게 공개해서 사생활 침해의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지침이 세워졌습니다.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이 다 파악이 안 됐을 경우에 제한적으로 '상호명'까지 밝힙니다.

하지만 그 업소가 어떤 성적 취향의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인지는 필요한 정보가 아니죠.

만약에 정부나 지자체가 주로 성 소수자가 이용하는 장소라는 점을 부각해서 동선을 공개했다면, 상당한 비판을 받았을 겁니다.

[앵커]

언론 보도라고 다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사실 인권침해 이런 부분은 조심하자는 얘기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많이 나왔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21일에 한국기자협회는 '코로나19 보도준칙'이라는 걸 발표했습니다.

인권침해, 혐오 조장 표현을 주의하자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3월 9일, 인권위원회도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4월 28일, 아예 '감염병 보도 준칙'을 정식으로 제정해서 "감염인을 취재하는 것만으로도 차별과 낙인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존중" 이걸 강조했습니다.

이 공식 보도 준칙이 나온 지 불과 2주 만에, 이걸 정면으로 어긴 기사가 오늘 나온 겁니다.

[앵커]

문제는 여기에 나와 있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아니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방역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또 검사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으면 받고요.

이런 협조가 필요한데 바로 이런 오늘 아까 보신 그런 보도들 때문에 혐오의 대상자가 된, 또 피해자가 된 이런 사람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이 보도 직후에 성 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는 원치 않게 강제로 성적 지향이 공개되는 이 아웃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서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대본에도 따로 저희가 질문을 했는데, 성적 지향이 강조된 보도에 대해서 방역에 불필요한 정보이며 별도로 수집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오전 7시쯤에 처음 이 보도를 한 언론사는요.

오후 2시 제목과 내용에서 기존 표현을 유명 클럽이라고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수정까지 7시간이 걸렸죠.

그 사이에 원래 기사와 마찬가지로 이 성적지향을 지나치게 부각한 비슷한 기사들이 71건 나왔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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