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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년 뒤 도쿄를 기다리는 선수들]수영 김서영 "수영장으로 돌아갈 날 기다려요"

입력 2020-04-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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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김서영은 다시 한 번 성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다시 수영장에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한 몸상태 유지해야죠."


수영장에 갈 수 없는 수영 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처럼 모순된 상황에 빠졌지만, 김서영(26·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상황 속에서도 '긍정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올해 초, 한창 올림픽을 바라보며 훈련 중이던 김서영을 만나기 위해 경산을 찾았을 때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불과 6개월 남짓 남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김서영은 매일 물살을 헤치며 구슬땀을 흘렸고, 자신의 기록을 0.1초라도 더 당기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조금씩 번져나가고 있던 시점이었지만 누구도 이 전염병이 올림픽을 멈춰 세울 정도로 거대해질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2월 중순이었다.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일본 전지훈련 중이었던 김서영은 대구·경북 지역을 덮친 코로나19 위기를 피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유럽, 북미를 거쳐 전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을 맞으면서 곳곳에서 2020 도쿄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지난달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도쿄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해오던 선수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 속에서 가장 힘든 건 대회를 준비하던 선수들이다. 김서영은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준비한 대회다 보니 연기돼서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 있었다"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심정을 떠올렸다. "7월만 바라보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허무함이 컸다. 올림픽에 맞춰서 지금까지 훈련하고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얘기한 김서영은 "나와 마찬가지로 힘들어하고 걱정하던 다른 선수들이 주변에 많았다. 같이 얘기하다 보니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올림픽 1년 연기. 그 변수를 이겨내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노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장애물도 있다. 김서영을 비롯해 수영 선수들이 부딪힌 장애물도 그런 종류의 것이다. 코로나19의 특성인 높은 감염성 때문에 실내 체육시설 대부분 운영이 중단된 상태고,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수영장 역시 사실상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김서영은 "수영은 웨이트나 수영 이외의 바깥 운동들도 중요하지만, 물 속에서 물감을 익히고 힘쓰는 훈련이 중요한 종목"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훈련들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시기"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는 수영 선수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올림픽 연기로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겼지만 제대로 훈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 조금 안타깝다"고 말한 김서영은 "훈련의 공백이 많아질수록 예전의 컨디션처럼 몸을 만드는 것이 힘들어 지기 때문에,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제대로 훈련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행히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면서 정부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되 완화하는 쪽으로 변경했고, 수영장에 대해서도 2m 이상 물리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특화된 지침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김서영은 '올림픽 1년 연기'라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서영은 "마음을 다잡고 내 몸의 컨디션을 올리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운다는 마음으로 1년 동안 다시 한 번 준비한다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씩씩한 답변을 내놨다.

상황은 많이 바뀌었지만 김서영의 '도쿄 목표'는 변함없이 굳건하다. 자신이 가진 최고 기록을 깨고, 또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 그리고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는 것. 이를 위해 김서영은 '긍정의 힘'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소한 행복들을 느끼면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며 "이 시기를 건강하게 잘 이겨내고 1년 뒤 올림픽을 향해 다시 준비하고, 또 도전하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인터뷰-1년 뒤 도쿄를 기다리는 선수들]수영 김서영 "수영장으로 돌아갈 날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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