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3일) 오후 강원도 홍천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헬기 2대가 동원돼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는데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강원도는 큰 산불이 나지는 않을까, 늘 걱정입니다. 지난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산불, 지난해 강원도 5개 지역을 한꺼번에 덮친 산불도 모두 이맘때였습니다. 내일이면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난지 꼭 1년이 되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산불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4일, 강원도 고성군의 도로변 전신주 고압선이 끊어졌습니다.
때마침 불던 강한 바람은 불티를 산으로 날렸습니다.
고성 산불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날 강원도에서는 인제와 강릉에서도 큰 산불이 났습니다.
그날 동해안 바람은 말 그대로 태풍 같았습니다.
미시령에서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35.6m를 기록했습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검게 그을려 폐허가 된 현장.
5개 시·군 산림 2832ha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축구장 3980개 크기입니다.
피해 면적의 3분의 1은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지도 못했습니다.
숯덩이가 된 나무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산불은 삶의 터전을 짓밟았습니다.
658가구, 1524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아직 1천 명 가까운 이재민이 임시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김준환/강원 고성군 용촌2리 : 컨테이너에서 한번 이틀 밤만 자 봐. 사람이 살 수가 없는 데야.]
정부가 산정한 산불 피해액은 1295억 원입니다.
복구비는 2천억 원 넘게 들어갈 전망입니다.
배상 책임이 있는 한전은 손해사정금의 60%만 배상할 계획입니다.
피해 주민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한전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다툼까지 벌어졌습니다.
계절은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하지만 대형 산불이 남기고 간 깊숙한 생채기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