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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자" 접근…미성년자 노리는 '제2의 박사들'

입력 2020-03-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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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밍→협박→성착취 영상…악랄한 'n번방' 수법

[앵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쓰인 수법들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이 퍼져 있습니다. 처음엔 "친하게 지내자"고 접근해서 정보를 하나둘 캐냅니다. 나중엔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 성 착취 영상물을 받아내는 악랄한 방식입니다. 저희가 최근 피해를 당한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봤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일, 14살 A양의 어머니는 딸 앞으로 온 택배를 받았습니다.

내용물은 성인용품이었습니다.

택배를 보낸 사람은 A양과 약 한 달간 문자를 주고받던 20대 남성 B씨였습니다.

[A양 어머니 : 주소를 제가 잘못 적어서 잘못 간 것 같다고 다시 자기한테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B씨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지고…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그렇게 말씀하실 건가요?'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걸 보니까… 더 화가 났죠.]

B씨는 올해 2월 중순, A양의 트위터를 보고 "친하게 지내자"며 접근했습니다.

"선물을 보내준다"며 주소와 이름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이 정보를 유포한다고 협박하고 그 다음엔 나체 사진을 요구했습니다.

B씨가 집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A양은 사진 10여 장을 보냈습니다.

[A양 어머니 : 다그치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다독이면서 뭔가를 하게끔. '이거 보여줘, 이거 해줘.' 사진 보내면서 '이거 해 줘, 이거 해줄 수 있지?' 이런 식으로…]

전문가들은 B씨가 '그루밍'과 '협박'의 수법을 동시에 썼다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친밀감을 느끼도록 한 뒤 성폭력을 저지르는 악랄한 방법입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그루밍에 더 쉽게 넘어간다고 조언합니다.

[이신애/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 : 어른, 또 어른이 아니더라도 범죄자, 가해자가 접근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타인인 것처럼 속이기가 되게 쉬운 거죠. 심정적으로 의지하게 만드는 부분이…]

A양 측은 B씨를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 청소년 SNS 노리는 성범죄자들…그들의 표적은

[앵커]

가해자들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과 정보도 악용하고 있습니다.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협박을 하면서 뭔가를 요구하는 겁니다. 꺼려지더라도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어서 최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A양/고등학교 1학년 : 나도 전화 같은 거 마음 통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으니까. 나를 좋아해줄 수 있는 분이 많으니까 좋았는데…]

처음엔 친구를 사귀고 싶단 생각이 컸습니다.

온라인상의 친구들은 A양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반겼습니다.

순식간에 1000명 이상의 친구가 늘었고, 이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낸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성관계를 요구하는 음란 메시지가 수백 개씩 쏟아졌고, 학교를 찾아내겠다는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A양/고등학교 1학년 : 자기를 한번 만나 달라. 아니면 니 이런 (야한) 사진 같은 거 안 보내주면 이거(신상정보 등을) 트위터에 다 뿌릴 거라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도 나를 알아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n번방의 가해자들이 쓴 수법과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친밀한 대화를 미끼로 개인정보와 개인사진들을 받아낸 뒤 이걸 '일탈행위'라고 말하며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관심을 받길 원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청소년들이 범죄 대상이 되기 쉽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개인정보 등을 노출했다는 자책감과 자신이 더 큰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뒤섞이면서 신고를 꺼리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장 : 사실 돌아볼 사람들은 피해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라고 저는 생각해요.]

(영상디자인 : 정수임·박성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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