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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기생충 신화 한 달…투잡 뛰는 감독, 문 닫는 영화관

입력 2020-03-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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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라서 모두가 들썩였던 때가 한 달 전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었지요. 밀착카메라가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예산 때문에 투잡을 뛰고, 코로나19로 발길이 끊겨도 개봉을 미룰 수 없는 감독들의 이야기를 서효정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 영화 '플란다스의 개' (2000)

총 관객 340명

"코미디와 공포, 미스터리가 하나로 녹아들지 못한 채 소화 불량" "관련도 없는 동화 제목을 갖다 쓴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차승재/제작자 (영화 '플란다스의 개') : 어, 웃을 만하면 끝나네. 웃을 만하면 끝나네. 이런 느낌이었어요.]

영화 감독은 당시 32세 봉준호

그랬던 그는…

20년 뒤 아카데미상 4관왕

[봉준호/감독 (지난달 19일) : '플란다스의 개' 얘길 많이 합니다. 요즘 젊은 신인 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왔을 때 과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까? 뭔가 모험적 시도를 하기에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한 남성이 집에서 나옵니다.

신발을 고쳐 신고 길을 나섭니다.

[조민재/감독 (영화 '작은 빛') : (왜 이렇게 일찍 나오세요?) 사람 없을 때 일을 해야 돼서…]

새벽의 지하철은 한산합니다.

지하철에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집니다.

오늘(24일) 할 일은 흙바닥 위에 줄을 맞춰 벽돌을 놓는 일입니다.

그는 아침 출근길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조민재/감독 (영화 '작은 빛') : 영화 생각 되게 많이 해요. 정신과 몸이 분리되는 순간? 그래야 시간이 빨리 가요.]

퇴직금 2000만 원을 들여 만든 영화 '작은 빛'으로 2년 전에 데뷔했습니다. 

[조민재/감독 (영화 '작은 빛') : (같이 일하는 분들이) '나한테 좋은 얘기가 있어' 하면서 자기 삶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시죠. '이런 걸 영화로 만들면 참 재밌을 거야' 참 난감합니다.]

두 번째 작품 '실'은 동대문에서 옷을 만드는 노동자 이야기입니다.

[조민재/감독 (영화 '작은 빛') : (영화에서) 노동자들의 모습이 되게 바보처럼 나오는 거예요. 원래 저렇게 소비되는 건가 싶어서…]

시나리오를 투자사에 가지고 가기도 하지만 흔쾌히 받아주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이번 작품도 국가 지원을 받고 인건비 등 모자란 부분은 적금을 깨서 해결했습니다.

[조민재/감독 (영화 '작은 빛') : 스태프들이 일하고 가서 다음 작품까지 저희 현장에서 번 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현장 만들고 싶죠.]

서울의 한 독립영화관입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사람이 없이 좀 한적해 보이기는 한데요. 

여기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학살에서 살아남았던 베트남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그들이 한국 사회와 어떻게 다른 기억을 가지는지를 그려나갑니다.

[장주희/서울 상계동 : 날것의 느낌이 강해서 현실이랑도 가까운 느낌. 그래서 좋아해요.]

관객은 단 2명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개봉을 미룰 수도 있었지만,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길보라/감독 (영화 '기억의 전쟁') : (큰 영화들은) 개봉을 미뤄서 다시 배급을 한다. 이런 플랜B를 세울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개봉하지 않으면 나중에 똑같은 비용을 또 써서 해야 하는데 그 돈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배급하기로 한 작은 극장들과 약속을 못 지킬 때 파장도 더 큰 상황, 결국 상영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문체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나 각종 재단의 지원을 받지만, 이것으론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끊기면 자생하기는 힘든 환경입니다.

어렵게 영화를 만들어도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신인 감독의 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트는 작은 극장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립영화관은 큰 곳들도 적자에 시달립니다.

최근엔 고려대 안에 있던 144석 규모의 영화관 시네마트랩도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박기갑/서울 성북동 : 독립영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거 보러 많이 왔습니다. 좀 아쉽죠.]

[김유자/서울 안암동 : (여기서 하는 영화는)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CGV나 이런 데에서는 안 할 거거든요.]

신인 감독들이 대중을 만날 기회도 적어지는 셈입니다.

영화인들은 국가 지원에만 기댈 게 아니라, 모험을 더 장려하고 받아주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차승재/제작자 (영화 '플란다스의 개') : 스타 감독, 흥행 감독에 너무 산업이 목을 매고 있는 거예요. (작품도) 항상 비슷비슷한 것들이 몰아져 나오잖아요.]

[이길보라/감독 (영화 '기억의 전쟁') :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다면 봉준호 이후의 감독은 있을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가 처음 상영했던, 이 서울극장도 그 뒤로 20년째 영화를 틀고 있습니다.

봉준호 이후의 감독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우리는 못 보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화면제공 : (주)시네마달)
(영상디자인 : 박지혜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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