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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따뜻한 한마디가 큰 힘" 택배 배송 동행해보니

입력 2020-03-0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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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깥 활동을 줄이는 요즘, 오히려 활동량이 늘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택배 기사도 그중 한 직군입니다. 저희가 만나본 택배 기사는 며칠 사이 물량이 30% 정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마스크를 건네면서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쉴 새 없는 하루를 밀착카메라가 동행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택배기사 52살 주덕복 씨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반품 고객들의 주소를 일일이 확인합니다.

최근엔 배송량이 늘어 잘 시간이 부족합니다.

[주덕복/택배기사 : 코로나19 이전엔 끝나는 시간이 어제 같은 금요일 같은 땐 한 8시면 집에 오는데 어제 12시에 집에 왔죠. 3시간 못 자죠.]

배송이 적은 금요일과 토요일도 이전같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엔 546건, 화요일엔 684건이나 배송했습니다.

[주덕복/택배기사 : 코로나19 이 병이 없으면 (가장 많은 화요일에 보통) 한 480개? 520~530개 이렇게 나오는데, 이렇게나 많이 나왔죠.]

출근인 7시까진 1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서둘러 차 시동을 겁니다.

경기 군포시에 있는 한 택배회사 터미널입니다.

전날부터 모인 택배를 이곳에서 택배기사들이 차에 옮겨 싣는 곳인데요.

늦어도 점심시간 이전에는 출발해야 되기 때문에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각이지만 택배 차량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구역에 속한 물건들을 옮겨 싣고, 체온을 잰 뒤, 출발합니다.

첫 배송을 시작하려고 문을 여는 찰나, 무거운 생수병들이 떨어져 버리면서 진땀을 뺍니다.

[사모님, 한 박스에 6개씩 들었잖아요. 물 8박스인가 왔는데 그중 박스 하나가 터졌어요.]

다행히 괜찮다고 하여 배송을 진행합니다.

일을 빨리하기 위해 동호수별로 물건을 정리하고 나르기 시작합니다.

비대면이다 보니 보통 집 앞에 두고 가지만, 직접 전달해야 하는 경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덕복/택배기사 : 벨을 누르면 나와서 '먼저 가세요' 그러더라고요. 엘리베이터 타고 기다리다 보면 나와서 소독제를 뿌려서 들고 들어가죠.]

아예 비밀번호를 알려준 경우도 있습니다.

택배가 마냥 반가운 아이들.

[혹시 000호에 갈 거 있어요? 네 왔어요.]

층층이 눌러놓을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잡아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바삐 손과 발을 놀리지만, 싫은 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아니 그걸 잡아 놓고 자기들 맘대로 그렇게 하면 사람들 타지도 못하잖아요.]

언제 오냐며 재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도 그렇죠. 전화가 한 3통인가 4통 왔는데 화를 내기도 하죠.]

그래도 온정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루 전 한 고객이 건네준 마스크와 손편지 사진을 보여줍니다.

[주덕복/택배기사 : 기분이 엄청 좋죠. 힘이 나고 아무리 힘들어도 정말 고객님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니까 엄청 힘이 나고…]

491건의 배송을 방금 마쳤는데요.

이제야 꽉 차 있던 차 안이 비었습니다.

지금 시간이 밤 9시이기 때문에 출근부터 꼬박 15시간이 걸렸는데요.

아직 일이 다 끝난 게 아닙니다.

공간이 없어서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분량을 지금부터 다시 가지러 군포에 있는 택배터미널로 가야 합니다.

점심식사도 걸렀는데, 저녁 식사할 새도 없이 남은 60여 점을 더 싣고 출발합니다.

[주덕복/택배기사 : 코로나19 때문에 물량이 많아서 그러는데 평소에는 좀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죠. 일찍 먹을 때는 7시에 먹고…]

마지막 배송에서 한 고객이 남겨둔 간식을 발견한 주씨.

[(어, 이게 뭔가요?) 음료수요. (아, 음료수랑…) 메시지로 보내야죠. 받아 먹고 감사하다고…]

결국 일을 마치고 나니까 자정이 다 됐습니다.

퇴근을 해서 배를 좀 채우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택배기사 주덕복 씨의 이러한 일상은 또다시 반복될 텐데요.

어려운 때일수록 이런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된다던 그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턴기자 : 정상빈 / 영상디자인 :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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