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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라이브]백업 이흥련이 '화수분' 두산에서 버티는 각오

입력 2020-0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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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련이 25일 미야자키 선마린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전에서 역전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 안방 뎁스는 10구단에서 가장 두껍다. 올 시즌은 데뷔 20년 차 베테랑 정상호(38)까지 합류했다. 주전 박세혁(30)을 백업할 선수의 순번을 정해야 한다.


육성도 잘했지만 멀리 내다보고 과감한 영입을 하기도 했다. 이흥련(31)이 그렇다. 2017 스토브리그에서 내부 FA(프리에이전트) 내야수 이원석이 삼성과 계약했고, 두산은 보상 선수로 그를 선택했다. 군 입대(경찰야구단)가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1군급 포수 확보를 겨냥했다. 이번 겨울에 정상호를 영입한 맥락도 같다. 당시에는 박세혁뿐 아니라 현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도 소속 선수였다.

이흥련은 군 복무 중에 공격력 강화를 위해 증량을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발전을 노렸다. 그러나 전역 뒤 소속팀에 복귀한 2018년 9월에 일곱 경기에 나서며 두산 데뷔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2019시즌은 27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떠난 자리는 박세혁이 완벽하게 메워냈고, 그가 1071⅔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최종 무대에서 빼어난 수비로 강렬한 인상은 남겼다. 2019년 10월 23일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 2-5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에서 타자 송성문의 희생번트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2루 송구로 더블아웃을 만들어냈다. 두산은 이어진 공격에서 추격하는 득점을 해냈고, 9회는 끝내기 승리까지 해냈다. 이흥련은 삼성 소속이던 2014~2015시즌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백업 포수로 나섰다. 큰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인식을 줬다.

공·수 모두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팀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은 제1백업도 보장할 수 없다.

이흥련은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적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구춘 대회 세이부전이 끝난 뒤에 만난 그는 "'반드시 백업 포수가 되겠다', '1군에 남겠다'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그저 훈련이든 실전이든 전력으로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흔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일단 전력을 쏟는 게 시합에 나가서 마음이 편하더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일단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받아들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긴 기다림 끝에 기회를 잡고 1군이나 주전으로 정착하는 선수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더 많은 출전을 바라고, 그 과정에서 조바심을 가진다. 이흥련도 다르지 않을 것. 그 마음이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하며, 후회 없이 야구를 하는 것으로 현재를 걷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백업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이흥련은 25일 세이부전에서는 7회초에 3점 홈런을 쳤다. 이 경기 결승타였다. 그러나 타격보다는 박빙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낸 점에 만족했다. 특히 9회, 실점 위기에서 2년 연속 일본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야마카와호타카와의 승부에서 삼진 유도를 지원했다. 투수 이형범에게 볼카운트 0-2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주문해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는 "초구는 실투를 타자가 놓쳤고, 2구는 앞선 승부에서 슬라이더를 2연속으로 던졌기 때문에 하이볼을 주문했다. 파울이 됐고 유리한 볼카운트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도 '1루를 채워도 된다'는 생각으로 공을 빼봤다. 다행히 삼진이 됐다"며 웃었다. 마무리투수 이형범도 "바깥으로 확실하게 빼자던 (이)흥련이 형의 주문대로 따랐다"고 했다.

백업 포수는 불펜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때가 더 많다. 지키는 야구에 백업 포수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김태형 감독도 이흥련의 좋은 컨디션을 지켜봤다.

미야자키(일 미야자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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